[지지대] ‘셀프’ 무궁화대훈장

이연섭 논설위원 yslee@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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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정부가 수여하는 훈장에는 12개 등급이 있다. 상훈법에 따라 우리 국민이나 외국인으로서 대한민국에 공로가 뚜렷한 사람에게 서훈하기 위한 목적으로 수여한다. 그중 최상위에 있는 훈장이 무궁화대훈장이다. 대통령과 배우자, 우방국 원수와 배우자, 전직 우방 원수만이 대상이다. 역대 대통령들은 모두 임기 중 이 훈장을 받았다.

대한민국 1호 훈장은 1949년 8월15일 이승만 전 대통령이 받은 무궁화대훈장이다. 그해 4월 독립·건국 공로자들의 공적을 기리기 위해 상훈제도가 새로 만들어진 이후 첫 훈장이다. 김대중 대통령까지는 취임과 동시에 이 훈장을 받았다. 포상보다는 국가를 대표하는 원수에 대한 상징과 예우의 의미였다. 노무현 정부 시절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의 모든 서훈을 취소하기로 했지만 무궁화대훈장만큼은 제외했다. 대통령 재임 자체를 부정하는 의미로 해석됐기 때문이다.

이후에도 대통령에 대한 무궁화대훈장 수여는 이어졌다. 노무현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 “5년간의 공적과 노고에 대해 치하받는 의미에서 퇴임 때 받는 것이 타당하다”고 했고, 임기 말인 2008년 초 이 훈장을 받을 때엔 ‘집안 잔치’ 운운하며 논란이 됐다. 이명박 대통령의 임기 말때도 야당에서 ‘뻔뻔함이 금메달감’이라고 비판했다. 탄핵으로 물러난 박근혜 전 대통령은 임기 초에 받았다.

문재인 대통령이 퇴임을 앞두고 조만간 무궁화대훈장을 받는다. 문 대통령 내외가 받는 훈장은 금·은·루비·자수정 등의 보석으로 제작해 한 세트당 6천800여만원, 총 1억3천600여만원의 예산이 들어간다. 다른 훈장에 비해 지나치게 화려하고 비싼 것도 문제지만, 대통령 본인이 직접 자신에게 수여하는 ‘셀프 훈장’에 대해 국민의 반감이 있다. 꼭 문 대통령이어서는 아니다. 국회의장·대법원장·헌법재판소장·장차관 등 고위공직자에게 훈장을 수여하는 ‘당연직 상훈’에 대해서도 거부감이 크다. 훈장은 국가와 국민이 주는 것이다. 상훈법 개정이 필요해 보인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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