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걸려도 말 못해요”…복받친 자영업자 설움

경기일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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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 문을 닫으면 남는 게 없습니다. 이러니 누가 코로나 걸렸다고 말하겠어요.”

평택시 팽성읍에서 홀로 음식점을 운영하는 A씨(56·여)는 지난 주말부터 감기 증상이 심해졌지만, 병원을 갈 엄두도 못내고 있다. 그저 약국에서 판매하는 감기약으로 하루하루 버티고 있을 뿐이다. 5일 전 아들 부부와 식사를 했던 것이 발단이다.

아들 부부와 손주가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A씨 또한 코로나 확진이 의심되지만, 7일간 격리 할 경우 영업을 할 수 없어 자가진단 조차 겁이나 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A씨는 정부로부터 받는 생활지원비 10만원으로는 임대료와 운영비를 충당할 수가 없기 때문에 빨리 감기 증세가 사라지길 바라면서 힘겹게 영업을 이어가고 있다.

고깃집 대표 B씨(57·화성시 봉담읍)는 최근 코로나에 확진됐다. 대학생 딸이 먼저 코로나에 감염됐고, 하루 뒤 B씨마저 확진 판정을 받았다. 격리 해제 후 생활지원금을 신청했지만, 정부가 코로나 입원 및 격리자에 대한 생활지원비를 대폭 하향 조정하면서 15만원이 지급될 예정이다.

B씨는 “확진 판정 이후 7일 넘게 가게 문을 닫는 바람에 손해가 막심한 데, 지원금은 턱없이 부족하다”며 “코로나에 걸렸어도 확진 사실을 숨기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이럴 줄 알았으면 코로나 확진을 숨기고 영업할 걸 후회된다”고 하소연했다.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연일 30만명 넘게 쏟아지는 가운데 도내 일부 자영업자들 사이에서 코로나 검사를 기피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아 자가격리를 해도 생활지원금이 10만원에 불가해 임대료와 생활비 등이 감당되지 않기 때문이다.

22일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방역당국은 지난 16일부터 1인 최대 24만4천370원의 자가격리 가구에 대한 생활지원금을 1인 최대 10만원, 2인 이상 15만원으로 낮춰 지급하고 있다. 유행 규모가 급증한 데 따른 조치다.

코로나 확진에 따른 격리는 동일하지만, 생활지원금 지급액이 절반 이하로 줄어들면서 자영업자들의 불만은 거세지고 있다. 이에 일부 자영업자들은 코로나 증상이 의심돼도 검사를 받지 않거나, 코로나에 확진돼도 사실을 숨긴채 영업을 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해 소상공인 단체는 코로나 장기화에 따른 자영업자 피해는 계속 늘어날 것이라며 이들을 구제할 정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상백 경기도소상공인연합회 회장은 “정부의 방역지침으로 인해 피해입은 자영업자를 위한 금융 지원 등의 정책이 조속히 마련돼야 한다”며 “정부는 코로나로 문을 닫은 사업장의 매출 회복 기간도 생각해야 한다. 이들의 미래에 대한 중장기적인 비전을 위한 다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김경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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