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유권자들이 지도자의 자격으로 ‘경제’를 말한다. 구체적인 선택 기준을 물어도 ‘경제를 살릴 후보’라고 답한다. 이런 방향성은 대통령 선거에서 지방 선거까지 거의 동일하게 나타난다. 시기적으로도 과거부터 현재까지 변치 않는 흐름이다. ‘인물’, ‘정당’, ‘공약’ 등을 말하는 비율은 훨씬 뒤다. 이런 요구에 좇아 경제를 대표적 화두로 내세운 후보들이 많다. 그런데 결과는 다르다. 선거 결과가 이처럼 안 나온다. 경기일보가 역대 도지사 선거 결과를 확인했더니 그렇다.
분석 대상은 1995년 제1회 지방선거부터 2018년 제7회 지방선거까지의 경기도지사 선거다. ‘경제도지사’를 앞세운 후보가 출마한 경우가 총 다섯 차례다. 1회와 5회를 제외한 모든 선거였다. 당락 결과를 보면 1명의 ‘경제 도지사 후보’가 당선됐고, 4명의 ‘경제 도지사 후보’가 낙선했다. 유일하게 당선된 후보는 1998년 출마했던 새정치국민회의 임창열 후보다. 1997년 IMF 직후 선거다. 경제부총리로 IMF 협상의 주인공이었고, 막 출범한 DJ 정부 주자였다.
공보물로 남은 임 후보 캐치프레이즈는 이렇다. ‘정치지사를 뽑으시겠습니까, 경제 살릴 경제지사를 뽑으시겠습니까.’ 4년 뒤 나선 진념 경제부총리도 비슷한 경제 구호를 내걸었다. ‘OK! 경제도지사.’ 정치인 출신 후보(손학규)에 패했다. 2006년 진대제 후보도 최장수 장관(정보통신부)을 앞세워 ‘경제 도지사’를 외쳤다. 부천 지역구 출신 김문수 후보에 패했다. 2014년에는 대표적인 경제 정책 전문가 김진표 후보가 나섰다. 5선 정치인 남경필 후보에 패했다.
특별했던 건 남경필 전 지사다. 2014년에 정치인 이력으로 나섰을 때는 당선됐는데, 2018년에는 ‘경제도지사’를 내걸었다가 패배했다. 물론, 이런 분석이 ‘경제 구호 후보 필패’라는 결론으로 갈 수는 없다. 선거에는 많은 조건과 변수가 작용한다. ‘경제 구호’가 패인이라는 결론은 옳지 않다. 다만, 일련의 통계로 ‘경제 도지사’ 구호가 그다지 점수를 받지 못해왔음은 부인할 수 없다. 오히려 역대 구도로만 보면, 경제 구호는 판세에 밀리는 쪽이 매달리는 구호였다.
두 달 여 뒤, 경기지사 선거다. 이번에도 등장할 것이다. ‘경제 전문가’, ‘경제 거물’이 붙는 후보들이 생길 것이다. 대단한 ‘능력 보따리’라도 꿰찬 것처럼 선전할 것이다. 이번엔 통할까. 또 외면 당할까. 답 없는 이 질문에 논쟁할 이유는 없다. 대신 이 판단만은 권해둘까 한다. 수도권 정비법이 있다치자. 풀어야 경기도가 산다. 50년 숙원이다. 여기 필요한 도지사 능력이 뭔가. 규제 해소와 경제 발전의 학문적 해석인가. 수정법 개정을 국회에서 풀 현실적 해결인가.
어쩌면 이 뻔한 답이 27년 통계에 있는지도 모르겠다. 경제는 아는 도지사가 아니라 경제를 풀 도지사가 선택돼 온 이유 말이다.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