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행적인 수업 방식·학교 운영 탈피해 지속적인 학습 필요
학생들 주도적인 존재로 성장시켜야 미래 사회 대비 가능
교사들 자율적인 교육과정 진행을 위한 환경도 조성해야
■ 교육의 본질을 외면한 미완의 우리 교육
달리던 버스가 멈추면 사람은 앞쪽으로 쏠린다. 위치를 옮긴 것 같지만 보통은 덜컥 앞으로 갔다가 발이 붙어 있는 곳으로 다시 돌아온다. 관성이다. 미안한 이야기지만 10년을 넘어선 혁신학교의 변화가 이를 닮아 있다. 교육을 혁신한 듯 하지만 온전히 교육의 본질을 바꿔내지 못한 채 상체만 쏠렸다 돌아가는 모양새의 이미지를 떨쳐버릴 수가 없다. 누군가에게는 희망의 시간이었기에 안타까움이 크다. 아직은 미완인 우리 교육이 풀어나가야 할 숙제이다. 곳곳에서 혁신교육을 넘어 미래교육의 담론이 넘쳐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미래교육에 무엇을 담아야 하는가?
‘밖으로(ex) 이끌다(duce)’의 어원을 가진 교육(educate)은 인간 내면의 선한 본성과 진정한 자신의 모습을 찾아낼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것이다. 즉, 자기를 찾아내고 삶의 주체로서 성장하게 하는 것이 교육이다. 화려한 수사를 버리고 교육의 기본에 솔직해져야 한다. 그간의 교육은 산업사회를 거쳐오는 과정에서 그 본래성을 잃었다. 인간을 자원으로 보는 것이 당연하고, 노동력 또는 인적 자본이라는 표현 말고는 우리 사회에서 인간을 칭할 수 있는 단어가 마땅치 않다. 이를 보면 우리가 교육을 통해 인간을 어떤 관점으로 바라보고 있었는지 알 수 있다. 그렇게 우리는 교육을 왜곡해 왔고, 본질을 외면해 왔다. 경제 발전을 위해 인간을 수단화시키는 사회의 암묵적 합의는 커다란 사회적 무게로 작용하였고, 그 무게에 비례하여 견고한 관성을 가지게 만들었다. 교육에 있어서 바뀔 듯, 동력을 얻는 듯 하다가도 결국은 제자리로 돌아오는 경험을 우리는 너무도 많이 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만들고자 하는 미래교육의 모습은 왜곡된 교육이 만들어 온 사회적 관성에 맞서는 힘겨운 과정을 지나야 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방법으로 전근대적 교육의 관성을 깨고 미래교육을 향한 움직임을 새롭게 만들어 낼 수 있을까?
■ 미래교육, 학생과 교사의 행위주체성에 집중해야 하는 이유
미래교육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는 말이 행위주체성(agency)이다. 행위자에 따라 구분해 볼 수 있지만 필자는 학생과 교사의 행위주체성에 주목하고자 한다. 여기에서 미래교육의 방향과 구현의 가능성을 찾아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먼저 학생을 살펴보자. OECD Learning Compass 2030과 2022 개정교육과정에서도 중요하게 다루고 있는 학생의 행위주체성은 배움의 전제조건이며, 그 자체가 삶의 목적이 된다. 변동성, 불확실성, 복잡성, 모호성의 특징으로 정의되는 미래 사회에서 수동적이고 표준화된 존재는 진화의 한계점에 도달하게 될 것이다. 자신의 삶을 지켜낼 수 없으며, 그러한 개인으로 구성된 공동체 사회는 불행한 미래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학습자를 얼마나 주도적인 존재로 성장시키느냐는 미래 사회를 대비하는 성공과 실패를 규정하는 중요한 단서가 된다.
두 번째는 교사의 행위주체성이다. 미래교육을 실현하기 위해 스스로 판단하고 자율적 교육과정을 기획, 운영할 수 있는 고도의 전문성을 갖춘 교사의 역할이 요구된다. 교육에 있어 교사는 모든 것에 우선하여 가장 중요하다. 시대의 변화와 요구를 반영한 많은 교육정책들이 학교 현장으로 내려오고 있지만, 교사의 손을 거치지 않으면 어느 것도 학생에게 닿지 않는다. 학생의 주도성도 상당 부분 교사의 역할에 달려 있다. 그렇기 때문에 무엇보다 우리는 교사의 행위주체성에 주목해야 한다. 그렇다고 현재 교육과 미래교육에 대한 책임을 교사에게 모두 지우려고 해서는 안 된다. 현재 코로나 상황에서 극명하게 나타나듯이 학교는 교사들이 행위주체성을 발휘하기에 좋은 환경이 아니다. 교사가 행위주체성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 모든 정책력을 집중하여야 한다. 교육 정책을 입안하는 곳에서는 이를 절대로 간과해서는 안 된다. 학교 안에 어떤 환경이 마련되어야 하는지 함께 연구하고 정책화해야 한다.
■ 관성을 끊어내고 지속적인 변화의 움직임을 만드는 방법, ‘학습하는 조직’
학교 안에는 현재를 유지시키는 여러 종류의 관성이 있다. 교사 개인이 고수해오던 수업의 방식, 관리자의 관행적인 학교 운영, 편성 권한 없이 표준화된 국가교육과정을 운영하는 것에 국한된 교사의 역할, 과정보다는 결과 중심의 평가 등이 이에 해당한다. 학교 밖에도 과거의 교육방식을 고수하게 만드는 다양한 관성이 있다. 한 줄로 세워 순서를 확인하고 싶어하는 공정의 가치, 대학 서열에 대한 명확한 구분, 자본의 가치로 사람을 판단하는 경제 논리, 불평등 경쟁의 결과에 대한 무비판적 수용 등이 그렇다.
이러한 학교 안팎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으로 피터센게의 지혜를 빌려오고자 한다. 피터센게가 ‘학습하는 조직’에서 제시한 5가지 원리를 기반으로 적응하고 변화하는 능력을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조직 내 모든 단계에서 끊임없는 학습을 통해 우리 사회의 성장을 이끌어 낼 수 있다. 앞서 말한 행위주체성도 자율적으로 학습하는 조직에서 길러진다. 답습을 통해 변화를 만들어 낼 수는 없다. 타성에서 벗어나 새로운 것을 상상하고 도전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학습이 필요하다. 학습은 공동체가 나아갈 비전을 만들고, 비전을 실행시킬 수 있는 힘을 준다. 이것이 전근대적인 교육의 관성을 끊어내고 구성원이 함께 미래교육으로 나아갈 수 있는 동력이 된다. 내가 속한 조직은 학습하는 조직인가? 미래교육을 논하기 전에 이 질문에 우리 모두가 성찰하고 답을 구해야 할 것이다.
이인숙 경기도융합과학교육원 융합과학교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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