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멘터리 영화는 ‘기록 영화’다. 때문에 그 어느 영화보다 사실적이고 날 것이며 그래서 때론 아프기도, 뭉클하기도 하다. 이번 주말, 잔잔하고 담백하게 즐길 수 있는 다큐멘터리 영화 감상은 어떨까. 우리의 삶 속에서 미처 보지 못했던 것들을 발견할 수 있다.
■'고양이들로 본 도시', <고양이들의 아파트>
‘고양이’에 진심인 정재은 감독의 영화다. 영화는 한때 최대 아파트 단지로 꼽히던 둔촌동 주공아파트가 재개발 확정으로 인해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것부터 시작한다. 주민들은 하나둘씩 떠나면서 아파트는 텅 비게 됐다. 하지만 고양이들은 그 사실을 알 수 없어 계속 머문다. 정 감독은 주민들이 이사를 가기 시작하던 지난 2017년 5월부터 2년 반 동안 단지를 드나들면서 이곳에 살던 길고양이 250여 마리를 카메라에 담았다. 영화는 ‘생명은 소중하다’라는 단순한 교훈을 주지 않는다. 무덤덤하게 사라지는 아파트, 식물, 고양이, 주민들을 보며 나눌 수 있는 이야기를 제공한다.
■‘나는 김순악이라요’, <보드랍게>
지난달 23일 개봉한 박문칠 감독의 <보드랍게>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고(故)김순악 할머니의 삶을 조명한 영화다. 위안부 피해자를 다룬 기존 작품에서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시선이 돋보인다는 평가를 받으며 여성인권영화제, 전주국제영화제 등에서 수상했다. ‘김순악’, ‘김순옥’, ‘왈패’, ‘사다꼬’, ‘위안부’, ‘기생’ 등 18개의 이름으로 불리며 악착같이 살아야 했던 고 김 할머니. 영화 속 김 할머니는 “‘하이구, 애 묵었다’ 이렇게 보드랍게 이야기 하는 사람이 없어”라고 말하며 광복 이후 침묵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을 이야기한다. 영화는 할머니가 세월을 어떻게 버텼는지, 애니메이션과 아카이브 영상, 여성 활동가들의 낭독 같은 다양한 방식을 통해 보여주며 위안부 피해 문제가 현재까지 이어진다고 말한다.
■기타 기능공 ‘재춘’의 복직 투쟁, <재춘언니>
오는 31일 개봉을 앞둔 이수정 감독의 <재춘언니>는 기타 공장에서 30년 일해온 ‘재춘’이 어느 날 갑자기 해고 통보를 받은 후 복직 투쟁하는 과정을 담은 영화다. 그는 두 딸의 아버지로 자신의 삶을 무너뜨린 사장의 사과를 받고 가족과의 시간을 되찾고자 한다. 소심해 나서기 싫어했던 연극 무대에 서고 1인 시위도 한다. 잠깐이면 끝날 줄 알았던 투쟁은 10년 넘게 이어지고 재춘은 문학, 음악, 연극 등 다양한 문화를 통해 복직 투쟁을 이어간다. 영화는 새로운 형태의 투쟁을 예고하며 ‘재춘언니’가 의미하는 바를 궁금하게 한다.
김은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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