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가치관 변화에 코로나19 장기화까지 더해지며 ‘혼인 기피’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4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경기지역 혼인 건수는 5만4천658건으로, 통계 작성 이래 최저 수치를 기록했다. 직전 연도 5만7천814건과 견줄 때 3천156건 줄었으며, 2011년 7만9천137건과 비교하면 10년 새 30% 이상 감소한 것이다.
날로 심해지는 혼인 기피 현상은 예식장을 비롯한 관련 업계에 타격을 주고 있다. 이날 오후 수원시 팔달구의 웨딩거리에선 ‘3월의 신부’라는 표현이 무색하게 손님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점주들도 이전이나 폐업에 대한 고민을 내비쳤다.
통계청은 주 혼인 연령층 인구의 감소, 미혼남녀의 가치관 변화를 원인으로 짚으면서 코로나19 영향도 주효했을 것이라 분석했다. 결혼을 원해도 감염 우려 탓에 미루는 이들로 인해 혼인 건수가 더욱 줄었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무엇보다 혼인 기피 현상은 저출산 문제로 직결되는 탓에 장기적으로는 국가 경쟁력 약화에 대한 우려까지 제기된다. 혼인 적령기라 평가되는 30대 미혼남녀는 과거와 달리 결혼을 ‘필수’로 보지 않는 인식을 드러내고 있다.
자신을 비혼주의자라 칭한 직장인 전재현씨(35)는 “평생 함께할 짝을 만난다는 건 좋은 일이지만, 결혼 이후의 집값 문제나 육아 비용을 생각하면 겪지 않아도 될 불안한 미래라는 생각이 든다”며 “결혼 포기로 얻을 수 있는 게 더 많다고 본다”고 말했다.
마찬가지로 비혼을 선택한 대학원생 임지수씨(33·여)는 “과거에는 ‘대를 잇는다’는 식의 명분으로 결혼을 반드시 해야 하고 자녀를 낳는 게 숙제였지만, 더는 아니지 않느냐”며 “여성의 경력이 단절되는 걸 막아줄 제도적 장치도 여전히 부족하다”고 꼬집었다.
전문가들은 ‘결혼’의 의미가 달라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면서도 미혼남녀가 혼인을 기피하는 사회구조적 원인을 해결하지 못하면 혼인 건수가 줄어드는 추세는 더욱 확장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과거에는 결혼이 ‘때가 되면 해야만 하는’ 사회적 의례였다면 이젠 친밀성이 전제돼야 하는 의식”이라며 “여성은 경력 단절과 가족관계로부터의 자유, 남성은 부양 부담에서의 자유를 찾아 혼인을 기피한다”고 분석했다.
이어 “성평등 의식이 높아지고 있다지만, 여전히 한국 사회는 집단주의적 규범이 강한 탓에 예컨대 ‘육아는 엄마의 몫’과 같은 인식이 남아 있다”며 “사회구조적 문제가 개선되지 않는다면 젊은 세대의 혼인 기피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장희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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