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동해안에 발생한 역대 최대 피해, 최장기 산불 소식이 많은 국민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산불을 진화하는 10일간 동원된 소방공무원은 연인원으로 1만130명, 소방차량은 3천450대에 달했다. 국민의 안전과 관련된 역사가 바로 소방의 역사인 것이다.
역사자료는 전문적으로 보존되지 않으면 그 가치를 상실하기 쉽지만, 우리나라는 600여년에 달하는 소방역사에도 불구하고 소방 유물이 잘 보존되지 못하고 훼손과 멸실이 심각했다. 국가의 안전 문화를 제고하는 사회적 가치 창출을 위한 역사 기록 관리 시스템 마련이 필수적인 이유이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OECD 37개 회원국 중 유일하게 소방박물관이 없는 나라였다. 2003년 소방기본법 제정 당시부터 소방박물관을 설립할 수 있도록 하는 법적 근거가 있었음에도 부재했다. 이는 대한민국이 소방 분야 국제교류에서 동등하게 인정받지 못하는 것은 물론, 소방자료의 보존에도 악영향이라는 지적이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립소방박물관이 광명시 광명동에 지상 2층, 지하 1층, 야외전시장의 연면적 5천㎡ 규모로 건립 절차가 진행 중이다. 국내 최초이자 유일의 국립소방박물관이며 전시·수장·교육·학술 기능의 공간을 갖추고 오는 2024년 7월 개관할 예정이다.
국립소방박물관에 소방유물들을 기증하겠다는 소식도 전국 각지에서 이어지고 있다. 1960년대 북삼의용소방대 사진, 퇴직소방관이 20여년간 수집한 소방 유물 191점 등 다양한 유물이 소방박물관을 풍성하게 채우게 된다.
소방 관련 자료와 유물을 제대로 보존하는 것은 현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국민의 안전의식을 제고하고, 미래 세대에게 문화자원을 물려주는 것이기도 하다. 그뿐만 아니라, 국립소방박물관 건립은 소방공무원들의 국가관, 직업적 소명 의식을 굳건히 하는 것은 물론, 소방관계자들과 그 가족들에게도 자긍심 고취의 계기가 될 것이다.
이처럼 광명에 소방박물관이 들어서게 된 것은 수년간 많은 연구와 논의를 거친 결과다. 지난 2018년 소방청이 실시한 ‘국립소방박물관 건립 기획연구’에서 광명시를 포함한 전국 6개 신청 후보지에 대한 입지분석을 통해 광명시가 최적합부지로 선정된 이후, 2019년 국립소방박물관 건립 기본계획 수립, 2020년에는 서면평가와 현장심사, 최종심의 등 문화체육관광부가 주관하는 국립박물관 설립타당성 사전평가를 거치는 등의 과정을 통해 마침내 확정됐다.
KTX 광명역이 있어 전국 어디에서나 접근하기 용이하다는 점도 국립소방박물관의 광명 건립에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했다. 인접한 광명스피돔, 목감천, 화훼단지 등과 연계한 스포츠레저·휴식 문화 공간으로서의 발전 가능성도 주목된다.
광명에 건립되는 국립소방박물관이 전국 어린이·학생들의 안전교육 및 체험의 장으로 활용되고, 소방의 자긍심을 제고하는 것은 물론, 광명의 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하기를 희망한다. 아울러 국립소방박물관이 더욱 안전한 대한민국의 새로운 랜드마크가 되기를 바란다.
임오경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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