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언어(수어) 또한 대한민국에서 인정받은 소중한 언어입니다”
매일 긴장 속에 발표되는 정부의 코로나19 브리핑. 수어통역사들은 당국자 바로 옆에서 쉴 새 없이 표정과 손짓을 통해 사태의 심각성을 알린다. 이들은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는다. 정확한 뜻을 전달하기 위해서다.
29일 만난 박정근 수어통역사(56)는 “손짓과 함께 얼굴의 작은 근육까지 신경써야만 농아인(청각장애)에게 정확한 의미를 전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한국수어통역사협회 회장을 맡고 있는 박 통역사는 지난 1988년 10월 수어에 처음 관심을 갖게 됐다. 군인(상병) 시절 안성 시내에서 농아인끼리 서로 활짝 웃으며, 크고 작은 손짓으로 대화를 주고 받는 모습을 넋놓고 계속 쳐다봤다. 신기하기도 하고, 그들만의 언어가 어떤 세계인지 궁금했다. 서울까지 올라와 전문 서적을 구입해 독학으로 공부하기 시작했다. 지역 내 농아인쉼터를 무작정 찾아가 그들과 친분을 쌓으면서 수어 세계에 본격적으로 발을 담갔다.
그는 “말(음성)이 아닌 손으로 대화를 주고 받는 모습에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며 “그 뒤부터 수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눈에 자주 보이기 시작했다. 그들과 어울리기 위해 수어를 공부하다보니 어느덧 34년째를 맞이하게 됐다”고 멋쩍어했다.
박 통역사는 수어통역사 생활 중에 요즘처럼 행복한 때가 없다고 전했다. ‘한국수어의날(2월3일)’이 법정기념일로 인정받아 국가 언어가 된지 어느덧 2년이 됐기 때문이다. 국어와 동등한 언어로 인정받고자 끊임없이 노력한 끝에 맺은 소중한 결실이다.
다만 수어통역사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졌지만, 전문성은 크게 향상되지 않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전문성 향상은 통역사에게 있어 큰 목표이자 숙제이다.
박 통역사는 “선진국 같은 경우는 수어통역사를 전문적으로 교육시켜 법정통역사, 의료통역사 등의 전문통역사를 배출하고 있다”며 “우리나라 또한 전문성 강화를 위한 움직임이 일어나야 한다. 농아인들의 높아지는 기대 수준에 맞춰 성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그는 “아직도 사회 곳곳에는 농아인들을 위한 수어통역사가 절실히 필요하다. 동료 통역사와 힘을 합쳐 조금씩 개선해나가는 데 앞장서겠다”고 다짐했다.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