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업계 변화 중심' 배수찬 넥슨 노조 지회장

배수찬 넥슨 노동조합 지회장(35)

“서로의 울타리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국내 게임업계의 성지 성남시 판교 넥슨코리아에서 만난 배수찬 넥슨 노동조합 지회장(35)이 근로자들에게 보내는 말이다.

배 지회장은 우리나라 게임업계 노조 중심에 선 인물이다. 그는 지난 2018년 우리나라 게임업계 1호 노조인 스타팅포인트를 설립했다. 넥슨의 포괄임금제 폐지와 고용 안정, 성과의 재분배를 위해서였다.

국내 게임산업은 1990년대 태동한 이래 지난 30여년 동안 가파른 발전과 성장을 보였다. 그럼에도 게임산업은 노조 불모지였다. 이에 그의 용기 있는 도전에 스타팅포인트를 시작으로 스마일게이트, 웹젠, 엑스일게임즈 등 여러 게임사에서도 노조가 만들어지기 시작했고, 지난 4년 동안 우리나라 게임산업을 넘어 IT업계에 변화의 바람을 만들어냈다.

배 지회장이 꺼내 들었던 포괄임금제는 넥슨에서 폐지됐고, 다른 회사로도 퍼져나갔다. 무엇보다 당연하게 생각했던 고용 불안에 대해 게임업계 근로자들의 인식에도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어느덧 스타팅포인트의 노조 가입자도 1천800여명을 넘어섰다.

배 지회장이 이끄는 스타팅포인트는 여타 노조와 다르다. 노조 하면 떠오르는 강성 이미지와 달리 스타팅포인트의 활동은 ‘소프트’, ‘스마트’, ‘소통’이 핵심이다.

지난 2019년 노조 설립 이후 사옥 앞에서 진행됐던 첫 집회는 고용 안정이라는 무거운 주제가 화두였지만 집회 내내 노조원들의 웃음이 끊이질 않았다. 비노조원과 다른 회사 직장인들도 가던 길을 멈추고 지켜봤다. 노조 집회라기보다는 축제 그 자체였다.

더욱이 소통이 강조되면서 사측과 대립하지 않고도 문제가 해결됐다. 노조를 통해 시작된 익명 단체 대화방이 대표 사례다. 팀을 넘어서는 소통이 부재했던 점이 해결됐다. 때로는 배 지회장이 문제 해결을 위해 나서기도 전에 자정적으로 원만히 해결됐다.

배 지회장은 “문제 해결에 있어 우리 스스로 납득 가능한 방법을 선택하고 다가가야 한다”며 “게임업계의 고용 불안과 같은 문제는 충분히 사회적으로 공론화할 수 있다. 무리한 요구는 오히려 내부적인 문제를 키울 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노조를 설립하고자 할 때는 최종 목표를 이룬 다음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노조 내부에서도 요구하는 바가 다를 수밖에 없다. 사이다 노조만으로도 해결되지 않는다. 서로 양보하는 문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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