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가 주민참여예산을 통해 시민이 직접 세상을 바꾸는 사회를 만들어가고 있다. 지자체 등 관(官) 주도로 이뤄지기 어려운 사회문제 해결을 시민이 직접 나서 사업을 추진하며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장애인과 노인을 대상으로 한 푸드마켓 물품을 배당하는 ‘띵동푸드마켓’이나 지역 내 취약계층의 전기 사고 등을 예방하는 ‘스마트 플러스 설치’ 사업, 그리고 재활용 전용봉투 보급 및 자원관리사 운영 사업 등은 지난해부터 아예 일반예산 사업으로 바뀌어 추진 중이다. 시민이 제안한 주민참여예산 사업이 지자체의 공식 사업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박남춘 인천시장은 “시민이 직접 사회문제를 해결하려는 사회, 주민참여예산제도를 통해 이뤄질 수 있다”며 “이것이 바로 시민이 진짜 시장이 되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300만 시민 모두가 이 같은 사회적 문제 해결에 관심을 갖고 동참해주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 참여형·협치형·주민자치회형 등 다양한 유형…누구나 도전 가능
시는 주민참여예산 제도를 참여형·협치형·주민자치회형 등 3가지 유형으로 나눠 추진하고 있다.
우선 참여형은 도시문제 해결과 시민편익을 위한 사업으로 일반시민 제안 공모사업에 해당한다. 올해 사업 규모는 240억원이며, 대상은 기획재정·소통행정·시민안전·일자리경제·복지건강·여성가족·
문화관광·환경·교통건설·도시녹지·해양항공·인천경제자유구역(IFEZ) 등 시정 전 분야다.
참여형은 시민이 제안사업을 접수하면 분과위원회에서 심사를 한 뒤 우선순위를 정한다. 이 사업들은 총회에서 주민투표를 거쳐 최종 주민참여예산 사업으로 확정이 이뤄진다. 다수의 시민이 공감하고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사업이 뽑히는 셈이다.
또 협치형은 사업제안·발굴 등 예산 과정에 민·관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사업이다. 사업 규모는 200억원이다. 대상 사업은 의제 분야별로 협치단이 구성, 민·관이 함께 발굴·숙의한다. 현재 10개 분야가 선정, 각각의 협치단이 꾸려진 상태다. 협치단은 분야별 민·관협치 정책발굴기구에서 전문가, 시민사회 활동가, 시민 등 15명 이내로 구성했다.
절차는 협치단별 제안 사업을 발굴해 사업제안서를 내면 심사 후 시민투표를 거쳐 총회에 보고가 이뤄지는 형태다. 심사 기준은 참여형 사업과 같다.
이와 함께 주민자치회형은 군·구의 주민자치회가 추진하는 생활밀착형 사업을 추진한다. 규모는 60억원 규모다. 대상 사업은 안전, 육아, 교육, 복지, 공동체 강화 등 주민 전체의 일상적 편의를 위한 모든 의제를 포함한다. 참여 대상은 지역 내 5개 구의 137개 읍·면·동이다.
시가 사업 공모를 하면 주민자치회 주도로 마을단위 의제 사업을 발굴하면 사전에 민·관 숙의 과정을 통해 우선 순위를 정한다. 시는 선정한 읍·면·동 및 해당 군·구와 함께 사업 추진 네트워크를 구축해 사업에 대한 세부계획 수립이 가능하도록 컨설팅 등 관리를 한다. 이후 시는 군‧구별 세부계획에 대한 검토 후 군‧구별로 예산을 배정한다.
■ 시민이 직접 아이디어를 낸 사업으로 사회문제 해결
지난해 주민참여예산으로 추진한 사업 중 성과가 좋아 올해부터 시를 비롯해 군·구의 정식 사업으로 예산이 반영, 본격적으로 추진 중인 사업이 속속 나타나고 있다.
첫번째로 시정협치형 복지정책으로 추진한 ‘띵동 푸드마켓’이 있다.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지역 내 9개 군·구에 있는 기초푸드마켓 14곳에서 장애인·노인 등에게 배달서비스를 해주는 사업이다.
이 사업은 지난해 2월부터 연말까지 11개월간 1만8천346건의 배달을 해주면서 목표대비 119%의 실적을 내기도 했다. 이용자 대상 만족도 조사에서는 99% 이상이 만족한다는 응답을 하기도 했다. 또 푸드마켓 전담인력 14명과 자활근로 9명, 노인일자리 30명 등 모두 53명의 새로운 일자리도 생겨났다. 덩달아 푸드마켓 기부물품 모집액도 2020년보다 23%가 늘어난 51억원에 달하며, 푸드마켓 이용자도 8천815명으로 2020년보다 25% 늘어났다.
두번째로 지역 내 취약계층의 전기 사고 등을 예방하는 ‘스마트 플러스 설치’ 사업도 큰 호응을 받았다. 당시 ‘1인가구 및 취약계층 고독사 관리 시스템 구축 사업’이란 이름으로 진행한 이 사업은 지역 내 취약계층 1인 및 고위험 가정 1천곳에 돌봄플러그 설치를 설치하는 것이다. 실제 3천968건의 심각한 위기 상황 알림이 와서 신속하게 조치가 이뤄지기도 했다.
세번째로 재활용 전용봉투 보급 및 자원관리사 운영 사업도 큰 성과를 냈다. 이 사업은 재활용 전용봉투를 제작·보급하고 재활용 자원관리사를 운영하는 것이다.
이 사업은 지난해 7개 군·구에서 추진해 모두 4종류의 재활용 전용봉투 770만장을 제작해 배부했다. 종이류는 녹색 봉투, 비닐류는 보라 봉투, 투명페트병은 노란 봉투, 캔·병·플라스틱 등은 파란 봉투로 나눠 쉽게 재활용 할 수 있도록 했다. 규격은 30ℓ, 50ℓ, 100ℓ 등 3가지다.
특히 3개 군·구에는 재활용 자원관리사 420명을 배치했다. 자원관리사들은 매주 3일 4시간씩 근무하며 분리배출시설 관리, 무단투기 혼합배출 감시, 올바른 분리배출 홍보 등을 역할을 했다.
■ 우수사업 - 스마트 횡단보도 설치사업
“학교 밀집지역에 스마트폰을 보면서 걷는 학생들이 많아 교통사고가 우려됩니다. 보행신호 음성안내 및 사고예방을 위한 바닥 표지판 등이 설치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일명 스몸비(스마트폰+좀비)족에 의한 교통사고가 증가함을 우려한 시민 이희천씨의 제안으로 시작한 스마트폰 횡단보도 설치사업. 이 사업은 시민투표 1천286표 중 무려 464표(36.6%)를 얻어 1순위로 뽑힌 사업이다.
스마트 횡단보도는 인공지능 센서, 사물인터넷(loT) 등 스마트 기술을 활용해 바닥만 보고도 현재 신호를 인식, 보행자가 안전하게 길을 건널 수 있도록 돕는 교통시설물이다. 시는 3억원을 들여 청라국제도시 등의 초등학교 인근 어린이보호구역 일대에 총 6대, 보행신호 음성안내 보조장치 12대를 등을 설치했다.
서구에 사는 주민 김영숙씨는 “평상시는 물론 이렇게 비오는 날에 우산을 쓰면 더욱 신호가 잘 보이지 않는데, 소리와 함게 바닥에서 (LED가) 신호를 보여주니 안전하게 건널 수 있어서 참 좋았다”고 했다. 이어 “이런 스마트 횡단보도가 다른 곳에도 많이 설치 되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 우수사업 - 무장애 통합놀이터 조성
“누구나 평등하게 차별 없이 이용할 수 있는 문턱 없는 놀이터를 만들어주세요.”
장애 아동과 비장애아동이 서로 어울리며 성장하는 공간이 필요하다는 서구 연희동의 한 주민 제안으로 시작한 무장애 통합놀이터 조성 사업. 이 사업은 군·구 단위 문제해결을 위한 지역참여형 분야에서 1순위 사업으로 뽑히기도 했다.
장애를 떠나 모든 어린이들이 함께 재미있게 놀 수 있는 놀이공간인 무장애 놀이터, 해외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보편적 놀이터로 자리잡은 상태다. 서구 절골공원도 누구나 평등하게 함께 이용할 수 있는 놀이터로 탈바꿈했다.
턱이나 계단 등 보행에 장애가 되는 요소를 제거하고, 누워서 타는 그네와 시소, 턱이 없는 회전 무대 등 함께 이용할 수 있는 놀이시설을 설치했다. 주민 모두가 함께할 수 있도록 무선충전 벤치와 파고라, 이팝나무도 심어진 상태다.
절골공원 인근에 사는 장영환씨는 “장애 어린이와 비장애 어린이들이 차별없이 마음껏 뛰어 놀 수 있는 공간이 생겨서 기쁘다”며 “앞으로도 주민참여예산을 통해 주민에게 꼭 필요한 사업이 발굴되고 많이 실행됐으면 한다”고 했다.
이민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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