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우크라이나 난민 400만, 고려인 위해 정부 지원 나서야

러시아의 침공을 받는 우크라이나에서 공식 집계로만 3천90명에 달하는 민간인 사상자가 나온 것으로 파악됐다. 침공 이후 삶의 터전을 떠난 난민은 401만명을 넘어섰다. 유엔난민기구(UNHCR)가 지난 29일까지 집계해 밝힌 내용이다. 난민의 대부분은 서쪽으로 국경을 맞댄 유럽 이웃 국가로 유입된 것으로 보인다. 전체 난민의 58%가 넘는 233만6천700여명은 폴란드로 이동했다. 폴란드는 우크라이나발 난민 최대 수용국이다. 그 다음은 루마니아로 60만8천900여명의 난민이 유입됐고, 이어 몰도바 38만7천100여명, 헝가리 36만4천800여명, 슬로바키아 28만1천100여명 등의 순이다. 침공을 감행한 러시아로도 35만600여명이 이동한 것으로 추정됐다.

400만명을 넘어선 우크라이나 난민은 11년 내전을 겪고 있는 시리아에서 발생한 난민의 3배에 달한다고 AP 통신이 보도했다. 이번 대규모 난민은 세계 2차대전 이후 최악의 난민 사태다. 유엔난민기구에 따르면 세계 37개국이 난민 수용에 나섰다. 세계 각국이 인류애를 발휘해 오갈 데 없는 전쟁 난민들을 받아들인 것은 다행스런 일이다. 필리핀과 스리랑카처럼 한국에 비해 경제 규모가 작은 나라들도 동참을 선언했다. 난민 수용에 인색한 일본도 이례적으로 수십명을 받아들였다.

우리나라는 난민 수용을 안했다. 세계 경제 10위권 국가 중 친러 성향인 중국과 인도를 제외하면 한국만 빠졌다. 우리 정부는 국내에 체류 중인 우크라이나인 2천300여명을 대상으로 인도적 특별체류 조치를 시행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부족하다. 난민보호는 국제사회의 공동 책무인 만큼 한국도 난민 수용에 나서야 한다.

우크라이나에는 고려인 동포들이 3천여명 거주한다. 한국에 있는 고려인 동포들은 전쟁 속 우크라이나에 남겨진 가족들의 생사에 피눈물이 난다. 외신을 통해 듣는 전쟁 참상과 동포들이 겪는 슬픔과 고통은 상상을 초월한다. 고려인중 상당수는 인근 나라로 피했지만 항공권을 구하지 못해 불안한 피난생활을 하고있다. 이들 고려인 동포들의 도움 요청이 줄을 잇는다는데 정부가 고려인 난민 구출에 적극 나서야 한다.

일반 난민 문제에 대해서도 정책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1992년 아시아 최초로 난민협약에 가입했고 2012년에는 난민의 처우와 권리 등을 구체화한 난민법도 제정했다. 하지만 난민 수용에 대한 여론은 부정적이다. 한국리서치가 2020년 실시한 조사에서 난민 수용에 반대하는 비율은 53%나 됐다. 위기에 처한 우크라이나인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것은 선진국가로서 필요한 자세다.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