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째 불법 굴레” 환영받지 못하는 문신업자

#1. 10년차 타투이스트 양현진씨(43)의 소원은 다른 업종 가게들처럼 간판을 내걸고 영업을 하는 것이다. 그가 운영 중인 문신전문샵은 ‘존재 자체가 불법’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양씨는 시술을 마친 손님이 불법 영업이라 협박해 비용 한 푼 받지 못했고 피해 구제조차 신청하지 못했다. 양씨는 “문신에 대한 인식이 예전과는 달라졌지만 여전히 국가는 문신사를 외면하고 있다"고 울분을 토했다.

#2. 시흥에서 눈썹 문신샵을 운영하는 이현미씨(46)도 불법 영업으로 신고 당하지 않을까 마음 졸이며 영업을 이어가고 있다. 이씨도 엄연한 문신서비스업 사업자로 국가에 세금을 내고 있지만, 이씨의 시술 행위는 불법에 머물러 있다. 이씨는 “달라진 사회적 흐름에도 아무런 움직임이 없는 것은 관련 당국이 직무유기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문신 시술을 의료 행위가 아닌 미용 행위로 봐야 한다는 사회적 흐름과 달리 법과 제도는 여전히 구시대에 머물러 있어 제도 개선이 필요하단 지적이다.

현행 의료법상 의료 자격이 없는 문신사가 문신을 새기는 행위는 불법이다. 대법원이 지난 1992년 ‘바늘로 피부에 색소 주입하는 건 감염 위험이 있다’며 해당 시술을 의료 행위로 규정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지난달 31일 헌법재판소는 비의료인 문신 시술 금지가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내용의 헌법소원을 기각해 불을 지폈다.

지난 2019년 보건복지부 등이 실시한 ‘문신시술 실태조사 및 안전관리 방안 마련’에 따르면 문신 경험자 171명 중 1명(0.6%)만 의사에게 시술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112명(66.3%)는 현행법상 불법인 문신전문샵에서 시술을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대법원 판결 이후 30년이 지난 만큼 달라진 사회적 분위기에 맞춰 문신 합법화 관련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져 왔지만, 국회에서 발의된 문신사법·반영구화장문신사법 등 관련 법안 6개는 여전히 상임위에 계류돼 있다.

곽예람 법무법인 오월 변호사는 “문신에 대한 사회적 인식도 자연스러운 것으로 바뀌었지만, 낡은 법 체제가 이를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다”며 “하루빨리 관련 법을 제정하고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문신사와 소비자 모두 혜택을 얻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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