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공무원 국가직 신분 전환’. 지난 2020년 4월1일 경기도를 포함한 전국 소방공무원에게 적용됐다. 국가직으로 거듭난 소방은 정부의 지속적인 신규 소방인력 채용 등으로 규모를 확대해나가고 있다. 하지만 ‘국가직’이라는 이름과는 달리 여전히 지자체에 귀속돼 두 집 살림을 하는 처지에 놓여 있다. 이에 따라 통일된 하나의 조직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있다. 국가직 전환 2주년을 맞아 소방이 나아가야 할 방향과 과제에 대해 짚어본다. 편집자주
국가직으로 옷을 갈아입은 소방이 2년이 지나도 여전히 지자체에 발이 묶여 ‘반쪽짜리 국가직’이라는 이름표를 떼지 못하고 있다. 신분만 국가직으로 바뀌었고 소방재원과 조직운영을 지자체에 남겨둔 채 여전히 일부 현장의 지휘권은 시‧도지사에게 부여돼 있기 때문이다.
6일 경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2019년 11월 국회에서 소방공무원법 등 6개 법률이 본회의를 통과한 뒤 2020년 4월 소방공무원 국가직 전환이 이뤄졌다. 이에 따라 경기도 등 지자체 소속 소방공무원의 신분은 국가직으로 바뀌었다.
하지만 조직, 인사, 예산 등이 여전히 지자체에 권한이 있어 소방공무원들이 실질적인 국가직 전환을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소속의 경우 시‧도지사 직속 소방본부로 편성된데다, 소방본부장과 지방학교장을 제외한 시‧도 소방공무원 임용권까지 시‧도지사가 가지고 있어 지자체의 통제가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예산마저도 이전과 같이 시‧도가 예산안(소방안전특별회계)을 편성, 인건비 일부만 국가 지원을 받는 형태다. 이에 따라 소방공무원은 시‧도의회 예산심의는 물론 행정사무감사까지 받아 이중고를 겪고 있다.
특히 지자체장의 소방안전에 대한 가치관 차이가 지속되면, 지자체마다 차별된 소방서비스 제공으로 인한 불평등 해소가 쉽지 않다는 견해도 존재한다.
소방현장의 인력과 근무여건 역시 국가직 위상에 미치지 못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경기도 내 안전센터에서 근무하는 A씨는 “정부가 계속 소방 증원을 했지만 안전센터 직원은 늘어난 게 거의 없다”며 “신도시가 생기면 새로운 센터가 생기는데, 그러면 100% 신규 투입이 이뤄지지 않고 기존 인원들이 쪼개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경기도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경기도 소방공무원 정원은 지난 2018년 8천941명에서 올해 1만1천445명으로 2천504명이 늘어났다. 이 가운데 소방본부(29.7%)와 소방서(29.1%)는 30% 가까이 늘었으나 소방서 소속 출동대의 경우 19.8% 증가하는 데 머물렀다. 특히 출동대는 안전센터 진압대 16%, 구급대 30%, 지역대 6.5% 등으로 구급대를 제외하고 증가폭이 20%대에도 못 미쳤다. 구조대 역시 14.1%에 그쳤다.
아울러 실제 현장에 활동하고 있는 인원도 정원 대비 446명이 부족했다.
손원배 초당대 소방행정학과 교수는 “소방은 지역별로 지자체장이 소방본부를 참모격으로 두고 있어 자연히 지휘체계와 사무가 이원화돼 소방청 중심의 독자적인 활동에 제약이 있을 수밖에 없다”며 “균등한 소방서비스를 위해 일원화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완전한 국가직으로 가는 길
소방이 완전한 국가직으로 나아가려면 현재 국회에서 추진되는 ‘소방조직법’ 제정과 현장중심의 근무환경 마련이 절실히 요구된다.
특히 소방사무의 범위가 수십년 전 지역 화재예방에서 구조‧구급업무까지 확대됐고, 재난의 규모가 광역적으로 확장되는 등 지방에 한정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아 국가사무로 재정립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지방사무로 규정된 소방사무는 지역마다 소방현장에 대한 처우가 제각각으로 다르고, 이에 따른 소방서비스 역시 천차만별로 달라져 결국 국민이 균등한 대우를 받지 못하게 된다.
이에 따라 제도를 손질해 일원화된 소방의 모습을 갖추고, 인력과 소방현장의 열악한 상황을 개선하는 것이 국가직 소방의 다음 단계가 될 전망이다.
■온전한 조직 일원화 위한 제도 손질 필요
더불어민주당 오영환 국회의원(의정부갑)은 국가직화 된 소방의 명확한 지휘체계와 소방사무의 구분을 위해 ‘소방조직법’ 제정을 추진하고 나섰다.
오 의원은 소방청의 조직과 직무범위, 그 밖에 필요한 사항을 따로 법률로 정해 소방조직 운영의 효율성을 높이고, 재난으로 인한 인명·재산 피해를 최소화하고자 지난 2월4일 ‘소방조직법안’을 대표발의했다.
‘소방조직법안’은 소방사무를 지역적으로 분담해 수행하기 위해 시·도에 시·도소방청을 두며, 시·도소방청장 소속으로 소방기관을 두도록 했다.
특히 오 의원은 이와 연계해 ‘소방기본법’과 ‘지방자치법’ 개정안도 함께 대표발의했다. 지방자치법 제13조에서 소방사무를 지방사무로 규정해 국가와 지자체의 책임성이 모호하고, 소방관계 법률과 지방자치법 사이의 법체계상 불일치해 일괄적으로 소방사무를 지방사무에서 국가사무로 전환한다는 계획이다.
■소방 근무환경 개선을 위한 발전 방향
국가직 전환 2년을 맞았지만 여전히 효율적인 소방활동을 위한 여건 마련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대표적으로 소방현장에서의 근무 체제가 있다. 경기도의 경우 현장대원들이 선호하는 ‘당비휴’(24시간 근무, 비번, 휴무)는 일부 지역만 적용하고, 21주기 방식이 주를 이루고 있어 불만이 지속되고 있다. 이는 미국에서도 연구결과 긍정적인 평가를 받은 것으로 알려져 전반적인 개편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사 적체에 대한 문제도 해결 과제다. 소방은 경찰과 함께 계급이 일반 공무원(1~9급)보다 1계급 더 많아 승진 등에서 상대적인 손해를 보고 있다는 의견이 많다.
황선우 한국노총 소방노조 경기본부 위원장은 “일반 공무원은 5~6급에서 퇴직하는데 소방은 거의 7급에서 퇴직한다”면서 “또한 소방경부터 심사제도가 있는데 승진 후보자보다 승진해야 할 인원이 훨씬 많아 그 아래 소방위에서 인사가 적체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올해 2월 말 기준 경기도 소방공무원 1만1천445명 가운데 소방경 이전까지의 계급만 1만296명으로 전체의 약 90%를 차지하고 있다.
이와 함께 코로나19 관련 특수업무수당 수령 대상에 간소사 등 의료인이 포함됐지만, 구급대원은 제외돼 국가직 소방의 위상을 되돌아보게 만들고 있다.
조상열 소방을사랑하는공무원노동조합 중앙사무처장은 “현장에서 눈물이 날 정도로 일하는 구급대원들의 노력과 고통은 잊고 다른 잣대만 들이밀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최현호·김정규기자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