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카드 의전, 김혜경 사전인지 여부 입증 못하면 '용두사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의 아내 김혜경씨.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전 대선후보의 아내 김혜경씨를 둘러싼 ‘법인카드 유용’ 의혹을 수사 중인 경찰이 경기도청을 압수수색하며 수사를 본격화하고 있다.

수사 당국 안팎에선 김씨의 횡령 및 배임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 법인카드 사용에 대한 ‘사전인지’ 여부를 밝혀내는 데 수사력이 집중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7일 본보 취재를 종합하면 현재 경기남부경찰청엔 김씨에 대해 10건 이상의 고발이 접수돼 있다. 이와 함께 지난달 25일 경기도로부터 수사 의뢰까지 받은 경찰은 이로부터 열흘 만인 지난 4일 경기도청 총무과 등에 대해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했다.

김씨를 둘러싼 주요 혐의는 대표적으로 횡령 및 배임, 직권남용, 국고손실 등으로 압축된다. 다만 직권남용 혐의는 김씨가 공무원 신분이 아닌 탓에 해당되지 않고, 국고손실 혐의 또한 회계 관련 직원이 아닌 김씨에겐 적용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남은 건 횡령 및 배임 혐의다. 이 경우 경기도청 총무과 소속으로 근무하던 별정직 5급 공무원인 배모씨가 법인카드로 사적인 심부름 등에 비용을 지출한 사실을 김씨가 사전에 알고 있었는지, 혹은 그렇게 하도록 지시했는지 여부를 입증하는 게 쟁점이다.

배씨는 사실상 김씨의 수행비서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진 인물로, 현재 김씨를 둘러싼 ‘법인카드 사적 유용’, ‘수행비서 채용비리’, ‘불법 처방전’ 등 모든 의혹에 연루돼 있다. 경찰 역시 도청을 압수수색하던 날 저녁 배씨의 자택에 대해서도 강제수사를 실시했다.

김혜경씨의 경기도 법인카드 사적 유용 의혹과 관련, 경기남부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가 지난 4일 도청 총무과를 압수수색하고 있다. 조주현기자

법인카드 사용에 대한 김씨의 인지 및 개입 여부를 입증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과 함께 이 경우 공무원 신분이던 배씨만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0시간 넘게 도청을 전격 압수수색한 경찰의 수사가 용두사미로 끝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특히 민주당 측에서 연일 ‘정치 보복’이라는 비판을 내놓고 있는 데다 지방선거를 두 달 남짓 남겨둔 터라 김씨 또는 이 전 후보가 경찰에 소환될 경우 그 파장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수사가 지선 이후로 늘어질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경찰 내부에선 법인카드 유용에 대한 김씨의 사전인지를 입증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배씨를 주목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한 수사관은 행위의 주체가 된 배씨의 혐의를 먼저 입증할 경우 추가 압수수색도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익명을 요구한 형사 전문 변호사는 “경찰이 압수수색 당일 도청 총무과에서 상당한 시간을 보냈고, 배씨의 자택에서도 휴대전화를 압수했다고 하니 유의미한 압수물이 있는가에 따라 향방이 갈릴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경찰이 ‘대선에서 패한 후보에 대한 보복수사’라는 비난을 피하려 법리검토에 상당한 시간을 쓸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결론까지는 시일이 꽤 소요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장희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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