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음한 여인을 예수님 앞에 끌고 온 유대인들은 예수님을 시험하려 “이 여인을 어떻게 할까요?”라고 묻는다. 그들 율법에 의하면 간음한 여인은 돌을 던져 죽이도록 돼 있다. 사실 유대인들은 예수님 입에서 “돌을 던져 죽여라”는 말이 나오기를 바랐던 것. 그런데 예수님은 아무 대답도 않고 땅에다 무엇인가 글씨만 썼다. 유대인들이 계속 예수를 다그치자 이렇게 말한다. “죄 없는 사람이 먼저 돌을 던져라” 그리고 또 다시 땅에다 무엇인가를 쓰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이 말에 손에 들었던 돌을 내려놓고 하나씩 돌아갔다. 성경에 나오는 매우 드라마틱한 장면이다. 그런데 지금까지 ‘예수가 땅에 쓴 글이 무엇이었을까?’에 대한 명확한 답은 없다. 정말 무엇을 썼을까? 이에 대해 요즘 한국의 정치 상황을 빗대 ‘내로남불’이라 썼을 것이라 말하는 사람이 있어 웃음을 자아냈다. 예수님이 보기에도 한국 정치의 큰 병폐가 ‘내로남불’이라고 지적했을 것 아니냐는 것이다. ‘내가 하면 로맨스고,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내로남불’은 우리나라의 ‘김치’가 고유명사가 됐듯 이미 영국은 물론 미국에서까지 고유명사화 되고 있다.
지난해 4월7일 NYT(뉴욕타임스)가 naeronambul로 표기해 한국에서의 그 의미를 소개한 바 있고, 여타 해외 언론도 그렇게 뒤를 따르고 있는 실정.
특히 흥미로운 것은 지난해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 측이 ‘내로남불’을 선거구호로 내걸자 더불어민주당을 연상시킨다며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제동을 건 것이다. 그러니까 역설적으로 중앙선관위가 내로남불 이미지를 민주당에 연결시켜주는 역할을 한 셈이다.
정말 문재인 정부 초기 ‘촛불정신’을 계승한다며 민주당은 도덕적 우월의식과 선민의식에 거칠 것이 없었다. 가령 2017년 11월1일, 청와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야당인 자유한국당 전희경 의원이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을 향해 주사파니, 전대협이니 하며 가시 돋은 질의를 하자 ‘그게 질의냐’, ‘매우 모욕감을 느끼고 강력한 유감의 뜻을 표한다’며 강하게 반발했었는데, 그만큼 선민의식이 팽배했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그리고 조국 전 법무장관 등 사태를 거듭하면서 공정과 정의는 사라지고 ‘내로남불’의 세상이 돼 마침내 정권을 놓치고 말았다. 심지어 야당시절 문 대통령과 민주당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옷값과 특활비 공개를 강력히 요구했었는데 지금은 김정숙 여사가 야당으로부터 옷값과 특활비 문제로 공격을 당하는 그야말로 ‘내로남불’이 된 것이다.
문 대통령은 후보 시절 위장전입, 부동산 투기, 탈세 등 ‘5대 인사원칙’을 공약으로 내세우며 고위공직자 원천배제의 잣대로 제시했다. 뿐만 아니라 2017년 11월에는 음주운전 등을 추가해 ‘7대 기준’을 마련했다.
그러면 문재인 정부는 이 잣대를 잘 지켰을까? 조명래 환경부장관 등이 위장전입으로, 김연철 통일부 후보자는 부동산 투기 의혹이 불거지는 등 의혹의 연속이었다. 그래도 국회청문회의 야당 동의 없이 34명의 장관급 임명을 강행했다.
청문회 제도가 시행된 이래 역대 정부 중 최대의 기록이다. 그런데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 내각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시작되면 문재인 정부에서 제시했던 ‘7대 기준’을 잣대로 철저히 검증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이 소식을 들은 국민의힘 측에서는 ‘완전한 코미디 내로남불’이라고 비아냥댔다. 이처럼 코미디 같은 정치가 계속되니 정치인들이 존경을 못 받는 것 아닐까. ‘내로남불’로 얼룩진 ‘7대 기준’이 코미디가 되지 않기를 바랄뿐.
이런 판에 송영길 민주당 전 대표가 86세대 은퇴를 주장했는데 갑자기 서울시장에 출마한다고 하자 같은 당내에서까지 ‘내로남불’이라고 반발하는 소리가 높다. 과연 여의도의 봄은 ‘내로남불’로 만개한 것 같다.
변평섭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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