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어도..위로와 희망은 시집의 힘" 삶을 렌즈로 들여다 본 시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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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겨울에서 깨어나 봄을 맞았다. 자신만의 봄을 향해 달려가는 이들에게 위로와 희망을 가져다 주는 것은 시의 힘이다. 삶에서 건져 올린 시어로 위로를 건네는 신작 시집들이 눈에 띈다.

■<꽃샘바람에 흔들린다면 너는 꽃>

영혼을 울리는 시어로 많은 사랑을 받은 류시화 시인이 네 번째 시집 <꽃샘바람에 흔들린다면 너는 꽃>(수오서재 刊)을 펴냈다. <나의 상처는 돌 너의 상처는 꽃> 이후 10년 만에 펴낸 신작 시집이다.

류시화 시인의 시에는 시적 깊이와 감동, 절제된 언어에 깃든 슬픔과 아름다움, 그 안에서 느껴지는 강인한 힘이 있다. 30대와 40대를 인도와 네팔 등에서 보낸 그는 쉬우면서도 영혼을 울리는 시어(詩語)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70편이 실린 신작 시집에서도 이런 특징을 살렸다. 「초대」 「살아남기」 「너는 피었다」에 위로받고 「그런 사람」 「저녁기도」 「얼마나 많이 일으켜 세웠을까」로 삶의 본질을, 「숨바꼭질」 「슬픈 것은 우리가 헤어졌기 때문이 아니라 헤어진 방식 때문」에서 사랑의 의미를 생각한다. 섬세한 언어 감각, 자유로운 시적 상상력이 빛난다. 시인의 통찰력에서 한 자 한 자 길어 올린 시어는 굴곡진 인생을 노래하듯 와 닿는다.

■<혼자 점심 먹는 사람을 위한 시집>

아직 사무실 공간이 낯선 신입사원 A씨에게 점심시간은 해방 시간이다. 다시 사무실로 돌아가야 한다는 긴장감에 절반의 해방이지만 꿀맛 같은 휴식시간임은 분명하다. 전쟁같은 아침을 보낸 주부 B씨에겐 혼자있을 권리를 누릴 수 있는 재충전의 시간, 늦은 아침을 맞는 C씨에겐 이 시간이 새로운 하루를 시작하는 아침. 어느 사업가에겐 고객사와 만나 새로운 계약을 성사하는 시간, 바로 점심시간이다.

지난 2월 출간된 <혼자 점심 먹는 사람을 위한 시집>(한겨레출판사 刊)은 시인 9명이 점심시간에 써내려간 시집이다. 점심의 고유한 시간성과 다채로운 풍경들을 들여다보는 시적 세계가 흥미롭다.

강혜빈, 김승일, 김현, 백은선, 성다영, 안미옥, 오은, 주민현, 황인찬 시인은 시 다섯 편을 통해 매일 반복되는 점심의 시간과 공간에 새로운 질감과 부피를 더한다.

‘사람들은 어디 먼 곳에 가고 싶다고 했다 모두가 정말 맞는 말이라고도 했다 / 그러나 점심에는 모두가 묶여 있죠 잠시 어딘가로 떠났다가 또 금방 돌아오죠 식당과 공원은 너무 가깝고 공원은 회사와 너무 가까워서 다들 정신이 없었어요’ (황인찬, 「만남의 광장」)처럼 우리의 삶과 풍경을 비춰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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