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분도론 자체는 오래된 화두다. 1987년 대선, 1992년 대선, 그리고 2014년 지방 선거까지 여러 번 등장했다. 많은 이들이 식상한 얘기로 여기는 이유다. 하지만 정작 경기도지사 선거 역사를 보면 다르다. 분도를 공약했던 후보가 안 보인다. 당선 가능성 높은 후보만 보면 더욱 그렇다. 실제로 민선 7기, 모두 6명의 도지사 가운데 후보 시절 분도를 공약한 후보는 없다. 북부 주민 요구가 매번 절절했지만 공약에서는 빠졌다. 염태영 후보가 그 분도 공약을 냈다.
염 후보는 민주당 내 지지율 2위권이다. 가장 최근이라 할 조사(조사 기간 11~12일·조사 기관 리얼미터)에서도 당 내 2위, 전체 4위다.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 공개돼 있다. 그가 13일 의정부를 찾아 분도를 정식 공약했다. 근거와 일정, 방법까지 설명했다. 취임 즉시 북부도민추진위원회를 구성한다고 한다. 2025년까지 분도 주민 투표를 마치겠다고 하고, 2026년까지 마무리하겠다고 한다. “다음 선거에 북부지사를 뽑을 수 있게 하겠습니다.”
경기북부특별자치도를 가칭으로 소개했다. 제주특별자치도와 세종특별자치시로 익숙한 명명이다. 특별한 지위와 권한이 부여될 필요에 의해 출범했던 자치단체다. 경기도는 수도권정비계획법에 반세기 동안 묶여 있다. 인구 밀집과 전혀 상관 없는 경기북부가 그 규제를 괜히 받았다. 이를 벗겨 낼 기본 출발이 행정 단위 독립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안 된다. 접경지, 상수원 등에서 비롯되는 한계가 남는다. 이런 배려를 분명히 하는 차원에서 밝힌 행정명이다.
짐작컨대 그의 선택에도 정치 셈법은 있을 것이다. 1위를 추격하는 2위권 후보의 승부수라고 보인다. 남부 최대 지자체(수원) 출신이 갖는 자신감일 수도 있어 보인다. 그렇다하더라도 우리가 주목하는 지점은 있다. 북부 주민의 시각이다. 과거의 북부가 아니다. 인구 100만 특례시가 있다. 서울 출퇴근권의 신도시도 즐비하다. 이제 분도는 읍소해야 할 민원이 아니다. 지역 위상을 찾는 당당히 요구다. 정치 셈법과 무관하게 북부 주민에 부여돼 있는 권리인 것이다.
각 후보의 분도 입장을 대략 정리하면 이렇다. 안민석 후보는 “30년 넘게 북부 주민에게 희망 고문만 줘서 안 되고...결단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조정식 후보 측에서는 “경기도 분도가 성공할 것이라는 전제하에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유승민 후보 측은 “분도에 대해 신중하게 검토하되 열린 입장이다”라고 언론에 보도됐다. 김은혜 후보와 김동연 후보는 아직 전해지는 입장이 없다. 공약화를 포함해 분도 문제 전반을 고민하고 있다는 정도로 알려지고 있다.
후보들에 특정 결론을 권할 생각 없다. 하지만, 이제는 입장을 밝히고 갈 때임을 알리려 한다. 분도에 침묵했던 이유가 있었다. 대권(大權)이다. 경기지사에게 경기도는 ‘표 밭’이었다. 그 표밭을 둘로 쪼개야 할 이유는 없었다. 그래서 북부 주민 희망을 요리조리 피해 다닌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한계에 왔다. 인구가 많아졌고, 규모가 확대됐고, 문화가 높아졌다. 때마침 염 후보는 분도를 선창하고 나섰다. 모두들 말해야 할 것이다. 찬성하는지. 반대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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