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에 견디는 능력을 평가하는 난연시험 성적서를 조작했다는 내부고발자의 폭로로 시작된 한국건설자재시험연구원과 검찰의 법정공방이 약 4년 만에 대법원의 무죄 판결로 일단락됐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기소된 한국건설자재시험연구원(연구원)의 상무이사 A씨 등의 상고심에서 검찰의 상고를 기각하고,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8일 밝혔다.
검찰은 지난 2016년 8월부터 2017년 12월까지 총 58회에 걸쳐 성적서를 허위로 발급한 혐의로 연구원 상무이사 A씨 등을 기소했다. 검찰은 연구원 퇴직자인 B씨의 제보를 근거로 이들을 재판에 넘겼지만, 재판 과정에서 B씨의 고의에 가까운 비전문성이 드러나 1·2심에서 무죄 판결이 났다.
재판부는 1년 6개월간 난연시험 업무를 담당한 B씨의 “ISO와 FTP 방식의 차이점을 몰랐다”는 진술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한국건설자재시험연구원의 난연·준불연 성능시험을 수행하는콘칼로미터 기계는 하나의 시험을 통해 건축물 마감재료의 난연성능을 표시하는 ISO 방식과 해양선박용 방화(내화)재료의 난연성능을 표시하는 FTP 방식에 따른 시험결과를 함께 기록한다. 연구원은 국토교통부 고시에 따라 건설자재의 난연·준불연 성능검사 시 ISO 방식에 따른 시험결과를 시험성적서에 기재해왔다.
이런 가운데 B씨는 연구원이 FTP 방식에 따른 시험결과를 쓰지 않았다며 시험 조작을 주장했고, 이에 A씨 등의 변호인단은 허위 시험성적서를 발급하거나 시험결과를 조작한 적이 한 차례도 없다고 반박했다. 재판부는 이러한 변호인단의 주장을 받아들였고, 4년간의 법정공밥은 B씨의 허위 주장으로 마무리됐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한국건설자재시험연구원의 사건은 시험의회가 급감해 존폐 기로에 서게 됐다. B씨 등은 이 사건 제보 직후 연구원과 영업경쟁 관계에 있는 후발 업체인 평택 소재 한 연구소로 1명이 취업했다가 수사가 장기화되자 퇴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임동균 한국건설자재시험연구원 원장은 “난연성능시험 과정을 임의조작, 부정성적서를 발행했다는 사실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고, 수사와 재판이 4년이 넘도록 진행됐다”면서 “결국 허위 제보로 드러났으며, 1·2심 판결 후 고객들이 다시 돌아오고 있는 만큼 국내 최고 품질시험검사기관의 명예를 되찾기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구재원·김규태·정민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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