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나이 셈법은 좀 복잡하다. 아이가 태어나자마자 1살이 된다. 12월31일에 태어났다면 다음날 해가 바뀌면서 2살이 된다. 출생 때 1세, 연도가 바뀔 때마다 한 살씩 더하는 것을 ‘세는 나이’라 한다. 출생 때를 0세로 하고 1년이 지나 생일이 돼 한 살씩 더하는 것은 ‘만(滿) 나이’다. 출생 때를 0세로 하되 해가 바뀌면 한 살씩 더하는 것은 ‘연 나이’다.
한국과 일본은 태어난 날을 1세로 하는 ‘세는 나이’가 표준이다. 다른 나라들은 태어난 날을 0세로 하는 나이를 쓴다. 소위 한국식 나이(코리안 에이지·K-Age)인 ‘세는 나이’, 국제 통용 기준인 ‘만 나이’, 현재 연도에서 출생연도를 뺀 ‘연 나이’가 모두 통용돼 곳곳에서 불편과 혼란을 빚곤 한다.
남양유업은 임금피크제 적용 연령으로 단체협약에 규정된 ‘56세’가 세는 나이 기준인지, 만 나이 기준인지를 두고 6년 넘게 법적 분쟁을 겪었다. 대법원은 이 회사의 나이 계산방식을 둘러싼 분쟁에서 임금피크제를 만 55세부터 도입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1심 재판부는 만 55세, 2심 재판부는 만 56세라고 했는데 대법원이 항소심 판단을 뒤집었다. 한국식 나이에 법원 판단도 엎치락뒤치락 했던 사례다. 최근엔 코로나19 백신 예방접종과 청소년 방역패스의 기준 나이가 혼선을 빚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우리 국민의 나이를 ‘만 나이’로 통일하겠다고 밝혔다. 인수위는 “법적·사회적 나이 계산법이 통일되지 않아 국민이 사회복지서비스 등 행정서비스를 받거나, 각종 계약을 체결 또는 해석할 때 나이 계산에 대한 혼선과 분쟁이 일어나고 있다”며 “만 나이로 통일하면 사회·경제적 비용을 없애고 국민 생활의 혼란과 불편을 해소할 수 있다”고 밝혔다.
‘만 나이’로 통일에 대해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이다. 개별 법령상 정비도 해야 하고 여러 절차가 필요하다. 바꾸는 과정에 혼란이나 손해를 입는 일이 없도록 섬세하게 처리해야 한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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