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를르 드 골, 프랑수아 미테랑, 자크 시라크,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수아 올랑드, 에마뉘엘 마크롱.... 1958년 이후 현재까지의 프랑스 대통령들이다. 이 나라에선 단 한 차례도 왼쪽으로나, 오른쪽으로나 어느 한 방향으로 기울어진 정당의 집권은 없었다. 어떻게 가능했을까. ‘공화국 전선’ 덕분이다.
▶‘공화국 전선’은 특정 정파의 이름이 아니라, 일련의 정치적인 움직임을 뜻한다. 해당 사안에 대해 좀 더 들여다 보려면 공화국 얘기부터 꺼내야 한다. 공화국은 지구촌 상당수 국가들의 정치 시스템이다. 국민들의 직·간접선거에 의해 선출된 대통령이 임기 동안 정부를 운영한다. 중국과 북한 등도 명목상 국가 통치 시스템은 공화국이다.
▶공화국의 산파(産婆)는 1789년 프랑스 대혁명이다. 공화국 체제가 활성화된 건 지난 1958년 샤를르 드 골 대통령의 제5공화국 체제가 출범하면서다. ‘공화국 전선’은 제4공화국에서도 극우세력 집권 저지를 목표로 정치 세력을 하나로 묶어줬다. 이어 출범한 제5공화국 시스템에서도 계속 민주주의를 지켜주고 있다.
▶그런데 요즘 뜻밖의 상황이 발생했다. 프랑스 대선 결선투표를 앞두고 극우세력 집권이 우려되고 있어서다. 좌파는 물론 우파도 걱정이 태산 같다. 주말 파리와 마르세유 등에서 열린 시위에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 연임 지지 구호가 없었다. 물론 극우성향의 마린 르펜 후보 선출 저지 목소리가 주를 이루긴 했다. 하지만 이 같은 여론이 마크롱의 표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호재도 터졌다. 마린 르펜 후보가 유럽의회 의원 시절 공적자금 13만7천유로(1억8천만원)를 전용했다는 보도다. 르펜은 2004~2017년 유럽의회 의원으로 재임했었다. 르펜과 그의 아버지 장 마리 르펜 등 4명은 개인 경비와 소속 정당과 가까운 기업 등에 혜택을 주는 서비스 등에 61만7천유로(약 8억2천만원)를 사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극우세력 집권 우려를 걱정했던 프랑스 정계는 일단 가슴을 쓸어 내리는 모양새다. 하지만 아직 안심하기에는 이르다. 결선 투표가 아직 닷새나 남아 있어서다. 이 기간 동안 또 어떤 복선이나 변수가 숨어 있는지 알 수 없다. 이번에도 ‘공화국 전선’이 프랑스 민주주의를 유지해 줄지 지구촌이 지켜보고 있다.
허행윤 지역사회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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