짙은 자줏빛에 향기로운 자두가 고고한 선비를 유혹할 만큼 강렬했을까. 자두의 순 우리말은 오얏이다. 옛말에 ‘오얏나무 아래에서 갓끈을 고쳐 매지 마라’고 했다. 남에게 오해받지 않도록 행동을 조심하라는 뜻으로 자주 인용한다. 설사 갓을 고쳐 쓴다 해도 그 모습은 멀찍이 떨어진 사람의 눈에 자두를 따는 행동으로 보일 수 있다. 괜한 시빗거리를 만들지 말라는 선비 정신의 가르침이다.
더불어민주당이 검찰개혁 법안인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박탈)에 당력을 쏟고 있다. 윤호중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은 “검수완박 법안을 이달 내 국회서 통과시켜 다음 달 3일 국무회의에서 공포하는 일정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좌고우면 없이 앞 만 보고 폭주할 뿐이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위를 소집, 차수 변경하면서 심사를 강행하고 있다. 원내대표실 백드롭(뒷걸개)도 ‘권력기관 개혁, 흔들림없이 국민과 함께’라고 적었다. 하지만, 왜, 지금? 국민이 의아해한다. 공교롭게도 대선 후 검찰이 권력비리형 사건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 때문에 검수완박의 속내는 문재인 정부에 대한 권력형 비리의혹 수사를 원천 차단하는 방탄법으로 오해받고 있다.
리얼미터가 지난 14일 검수완박과 관련한 여론조사를 보면 반대 52%, 찬성 38%로 나타났다. 문재인 정부 검찰개혁을 지지해온 대표적인 시민단체인 참여연대뿐만이 아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과 경제정의실천 시민연합 등도 입장문을 내고 “서둘러 추진할 사안이 아니다”, “여러 검토가 필요하다”며 속도 조절을 촉구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김오수 검찰총장과의 면담에서 “국민은 검찰의 공정성을 의심하고 있다...입법도 국민을 위해 해야 한다”고 밝혔다. 찬성도 반대도 아닌 모호한 언어로 보수·진보 진영에 따라 해석도 다르다. 백조는 호수에서 고고하고 우아하지만, 이동할 땐 수면 아래에서 물갈퀴를 젓는다.
청와대와 민주당의 모습이 그렇게 보인다. 울산시장 선거 개입, 월선 1호기 경제성 조작, 대장동 및 성남 FC 후원금 뇌물 의혹 등이 차기 정권의 검찰 수사를 기다린다. 그럴 리야 없겠지만,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 민주당과 문재인 대통령의 정치 기반이 무너질 수도 있다는 위기감인가? 6·1 지방선거에 지더라도 나아가 총선에 패배하더라도 검수완박해야하는 절실함이 아닐까. 국민의 의심이 커지는 이유다. 국회 180석을 밀어준 국민을 신뢰한다면 심사숙고하며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
김창학 정치부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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