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물이라며 관심을 모았던 유승민 전 의원이 탈락했다. 패배 직후 페이스북을 통해 지지자들에 감사를 표했다. “‘흐르는 강물을 거꾸로 거슬러 오르는 연어’가 되고 싶었으나, 물살은 세고 저의 힘은 부족했다. 여기가 멈출 곳이다.” 그러면서도 경선의 불공정을 지적하며 강한 분노를 표했다. “윤석열 당선자와의 대결에서 졌다”라며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대결로 정의했다. 그러면서 “권력의 칼춤은 결국 자신에게 돌아간다”며 상대 정파에 대한 저주의 일침을 서슴치 않았다.
아름다운 패배란 현실 속에 존재하지 않는다. 모든 선거가 그렇듯이 유 전 의원의 뒷모습이 씁쓸하다. 전문성과 정치력을 갖춘 그였기에 초선에 패배한 충격이 클 법 하다. 이런 개인적 정서는 있는 그대로 인정한다. 어떤 토도 달지 않겠다. 다만, 그의 등장과 20여일간의 캠페인을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그의 등장이 ‘거물론’을 앞세워 요란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또 다른 ‘거물’이 다른 정파에도 있기 때문이다. 미래에도 ‘거물론’은 계속 경기지사 선거판에 어른거릴 것이기 때문이다.
거품으로 시작한 만큼 받은 실망감이 크다. 그가 던졌던 정책과 공약은 시종일관 수박 겉핥기였다. 지역민이 듣고 싶어 하는 핵심에 전혀 다가가지 못했다. 전문가적 식견이라기보다는 잘 다듬은 상식의 의견이었다. 가장 뜨겁게 논쟁을 벌였던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를 예로 보자. TV토론에서 GTX의 문제로 민자 투자를 지적했다. ‘내가 생각하는 가장 문제는 민자로 했다는 것이다...비싸지고 결국 도민이 불이익을 받게 된다.’ 도민에 관심을 끌려는 지적으로 보이긴 했다.
GTX의 역사적 흐름, 즉 경기도 역사를 검토하지 않은 지적이다. GTX는 김문수 도지사 때 처음 세상에 등장했다. 특보였던 이한준씨의 아이디어로 당시로서는 생소한 개념이었다. 천문학적인 예산으로 실현성이 없다는 의견이 많았다. 더구나 수도권에 투자해야 하는 사업이다. 국가균형발전론과 배치됐다. 정부가 해줄 리 없었다. ‘타당성 있다’는 용역 결과가 나와도 거들떠도 안 봤다. 울며 겨자먹기로 민자를 택했다. 이 역사를 안다면 지금 와서 국비 타령은 옳지 않다.
군공항이전 문제도 겉핥기는 마찬가지다. 유 전 의원은 ‘국방위원 8년’ 활약하며 대구공항을 이전 시킨 경력을 거듭 강조했다. 정부 또는 중앙 정치권에서의 역할을 내세운 듯 하다. 군공항이전의 현재 절차와 맞지 않는다. 수원군공항이전이 막힌 곳은 화성 지역이다. 중앙 정부는 이미 찬성했다. 국방부는 담당 부서까지 정해놨다. 오로지 한 곳, 화성의 반대가 막고 있는 것이다. 이걸 안다면 지역 인센티브를 말했어야 했다. 아니면 반대를 무력화할 법 개정을 말했어야 했다
모르는 이들이 들으면 그럴듯한 논리, 지역민들이 들으면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논리. 이게 경제 전문가, 정치 거물이라는 유 전 의원의 20여일 어록이다. 능력자임은 틀림 없는데, 그가 왜 이랬을까. 간단하다. 학습이 되지 않았다. 거물로 밀고 들어오기엔 경기도가 너무 컸다. 이제 알았을 것이다. 유 전 의원은 등판하지 말았어야 했다. 거물론에 불을 지폈던 일부 언론들, 홍위병을 자청했던 일부 댓글러들 책임이 크다. 멀쩡한 정치인을 그들이 정계은퇴로 내 몬 꼴이다. 아닌가.
윤심(尹心) 따질 것 없다. 그런 벽은 누구에나 있다. 유 전 의원이 그걸 못 넘었다. 대구 홍준표는 윤심(김재원)에 박심(유영하)까지 있었다. 그 걸 다 넘어섰다. 그런 홍은 거물이라 불려도 괜찮다.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