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켓몬 빵’이 인기폭발이다. 사려는 사람은 많은데 빵이 없어 품절대란을 겪고 있다. 편의점에선 이 빵 때문에 곤혹을 치루고 있다. 출입문에 “포켓몬 빵 없습니다”라고 써붙여도 소용없다. 혹시나 하는 소비자들은 문을 밀치고, “포켓몬 빵 있어요?”라고 묻는다. 판매원들은 노이로제에 걸릴 지경이다.
“포켓몬 빵을 찾아 여기까지 왔구나. 자, 그럼 다음 편의점으로 이동하렴”, “아쉬운대로 쿠키런 친구들을 데려가는 건 어떻겠니?”, “하루에 빵 0~3개 들어옵니다. 하루에 150명이 물어봅니다. (포켓몬 빵) 판매하지 않습니다”. 어떤 편의점에는 품절을 알리는 이런 안내문도 붙여놨다.
포켓몬 빵은 빵을 먹기 위해 사는 게 아니다. 봉지 안의 스티커를 모으려는 것이다. 빵 봉지에는 159종의 포켓몬 캐릭터 그림이 랜덤으로 들어있다. 뗐다 붙였다 할 수 있는 스티커라는 뜻에서 ‘띠부띠부씰’이라고도 한다.
띠부씰이 들어있는 포켓몬 빵은 1998년 처음 등장해 2006년에 단종됐다가 얼마 전 다시 출시된 것이다. 당시에도 매월 5백만개씩 팔릴 정도로 큰 인기였다. 그때 어린이였던 고객들이 지금 성인이 됐다. 20~30대가 포켓몬 빵 열광의 주인공이다.
이들은 전쟁하듯, 미친듯이 띠부씰을 모은다. 띠부씰을 구하려고 마트 문이 열리자마자 뛰어 들어가는 ‘오픈런’이 유행이고, 일부 마트에선 1인당 구매 한도를 정해 놓고 번호표까지 나눠준다. 편의점 물류배송 트럭을 따라다니며 갓 들어온 빵을 싹쓸이하는 ‘트럭 추격전’도 벌어진다. 희귀 띠부씰은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비싼 값에 팔려 ‘빵테크’라는 말까지 나왔다. 1천500원짜리 빵을 몇 배로 올려 되파는가 하면 스티커 전 종을 모은 씰 북을 100만원 넘는 가격에 파는 사람도 등장했다.
여러 논란이 있다. 예전에도 그랬듯 스티커만 얻고 빵을 버리는 문제가 재현되고 있다. 빈 봉지를 아무데나 버려 환경오염 문제도 야기된다. 포켓몬 빵 열풍이 코로나로 답답한 세상에 재밌는 일일 수 있지만, 단순한 추억팔이로 가볍게 생각할 일만은 아닌것 같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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