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明心·尹心 타령, 이제 적당히 하고/‘民心’ 확 당길 수 있는 공약 내놔라

경기도지사 선거는 큰 선거다. 유권자 규모가 대통령 선거 다음이다. 큰 선거는 바람이 좌우한다고 한다. 역대 경기도지사 선거도 그랬다. 부는 바람 영향이 컸다. 그 틈에도 후보의 도정 구상은 철저히 평가받았다. 그 상징적인 예가 후보별 대표 공약이다. 영어마을,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 현금 복지 등이 있었다. 역대 선거판에서 성공한 공약들이다. 물론 당락의 유일 변수였다고 할 순 없다. 그러나 당대 선거판을 좌우한 화두였던 것만은 틀림 없다. 그 공약자-손학규·김문수·이재명 후보-가 다 당선됐다.

경기지사 선거가 특별하다. 대통령 선거가 3월9일이었다. 그 달 중순부터 달아올랐다. 중량감이 예년에 비해 크다. 최대 접전 지역으로 끌어 올려졌다. 거물임을 자칭하는 후보들이 흥행을 주도했다. 중앙의 대선 주자급들이다. 여기에 지역 내 유력 정치인들도 가세했다. 언론이 연일 이런 경기지사 선거 판세를 보도했다. 내용까지 그랬으면 좋겠는데, 영 아니었다. 공약이라고 내놓는 게 몇 개 없다. 그나마 귀에 익숙했다. 일선 시군이 만든 이슈를 모았을 뿐이다. 해결책이라는 것도 뭐 하나 들을 가치가 없었다.

이래 놓고 ‘의중’ 타령만 했다. 국민의힘 경선이 있었다. 김은혜·유승민 예비 후보가 겨뤘다. 윤석열 당선인 의중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윤 당선인 입이었다. 본인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윤심(尹心)으로 포장됐다. 유 전 의원도 막판에 ‘윤 당선인이 전화 왔다’고 했다. 끝나더니 원망했다. “윤심에 졌다”며 노기와 저주도 서슴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도 더 하면 더 했지 낫지 않았다. 예비 후보 4명이 모조리 명심(明心)을 말했다. 서로 진짜 ‘이재명 계승자’라고 우겼다. 김동연 예비후보가 이겼다. 확실한 명심이었다.

여야의 본선 대진표는 확정됐다. 그런데도 ‘의중’ 타령은 여전하다. 민주당은 대선 득표를 말한다. 경기도는 이재명 후보가 5%p 이겼다. 결코 작지 않은 차이다. 이걸 굳히면 이긴다고 보는 모양이다. 이재명 전 지사와의 대화 내용도 공개됐다. ‘도와준다고 했다’고 김동연 후보가 자랑한다. 국민의힘도 여전히 윤심을 보여주며 과시한다. 윤석열 정부 탄생을 강조한다. 정권 초기 국민 지지를 기대하는 듯 하다. 가방을 멘 김 후보가 인수위를 찾았다. 안철수 위원장에 경기도 현안을 전달했다. 윤심 과시로 보인다.

이래서 되겠나 싶다. 경기지사 선거는 대개 초박빙이었다. 1~3% 차이가 많았다. 대선 득표율 차이 5%p는 특별한 경우다. 서울 출신 윤석열 후보와 경기 출신 이재명 후보의 대결의 결과다. 그래서 서울은 윤석열 승리였잖나. 김동연·김은혜는 다르다. 김동연은 경기도에서 대학 총장 한 충청도 출신 후보다. 김은혜는 경기도에서 국회의원 한 서울 출신 후보다. 연고를 따지면 도토리 키재기다. 또 ‘박빙 경기지사’로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개인 역량이 중요한 것이고, 그 표출인 공약이 중요한 것이다.

멋진 공약은 유권자를 행복하게 하고, 본인을 승리하게 한다. 한번 내놔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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