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균팩 재활용 고작 15% 분리배출하면 뭐하나…

코로나19 이후 멸균팩 사용량이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이를 재활용할 수 있는 시설이 경기도엔 단 한 곳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활용 처리의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기 위해 지자체별 인프라 확충이 시급하단 지적이다.

28일 환경부에 따르면 종이팩 재활용률은 지난 2014년 26.5%에서 지난해 15.8%로 약 60% 감소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코로나19 이후 배달음식 주문이 증가하는 등의 이유로 꾸준히 늘어난 멸균팩 사용량과 무관하지 않다. 같은 기간 종이팩 출고량 중 멸균팩 비율은 25%에서 41%로 약 160% 증가했다. 하지만 이를 재활용 처리할 수 있는 시설은 전국에서 강릉에 단 1곳이며, 경기도엔 전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환경부가 지난해 말부터 멸균팩 재활용을 활성화하기 위해 남양주, 화성, 부천 등에서 실시하고 있는 ‘분리배출 시범사업’ 실효성에도 의문 부호가 달리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지난 2월말까지 두 달 동안 해당 사업을 통해 수거된 멸균팩 양은 5t에 그친 데다, 설사 분리배출이 제대로 되더라도 이를 처리할 시설 자체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환경부는 지난 2월부터 전국 단위로 확대 시행하려던 해당 사업의 계획을 멸균팩 재활용 업체의 시설 부족 등 이유로 잠정 보류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분리배출 시범사업에 앞서 멸균팩 재활용 인프라 구축이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은 “소비자가 아무리 분리배출을 잘 해도 종이팩 재활용률이 20%도 안 되는 건 이를 재활용하는 업계 책임이 크다”며 “당장 해결하긴 어렵겠지만 재활용 업계에서 진정성을 갖고 멸균팩 인프라 구축에 나서야 하며, 정부도 이를 뒷받침해 줄 제도적 지원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백나윤 환경운동연합 활동가는 “공공 차원에선 인프라 확보를 위해 멸균팩 재활용 시장에 뛰어드는 업체에 대한 인센티브도 적극적으로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며 “이와 함께 시민들이 일상생활에서 멸균팩 분리배출에도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도록 홍보도 병행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환경부는 멸균팩 재활용 업체 확대를 위해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시범사업에서 멸균팩 재활용 업체의 설비가 부족하단 지적에 대해선 이번 달부터 해당 업체에 대한 시설 설비 보완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와 함께 종이팩 재활용 체계를 개선하기 위해 재활용지원금 차등화 방안 등을 통해 멸균팩 재활용 업체에 대한 인센티브 제공 등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정규기자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