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는 경기교육] 맞춤형 교육, 과밀학급 이해가 출발점

영재학급 학급 당 학생 20명 상한선
초중등교육법선 일반학급 규제 없어
교육권 침해 우려... 과밀화 해소해야
학생 한 명씩 넓고 깊게 이해하는 길

image
방은찬 의정부 부용초 교사

■ 분산된 교사의 시선

‘손이 부족하다’, ‘눈이 뒤에도 달렸으면’ 등의 말을 한다. 사람이 신체의 한계를 느끼면 나오는 말이다. 이처럼 사람은 물리적 제약에 막힐 때가 있다. 그러면 그 일은 우리 능력 밖의 일이 된다.

새로 학교에 부임한 초등학교에서 전입 온 교사들은 다른 교사가 고른 뒤 남아있는 학년을 맡는 경우가 많다. 대개 1학년과 6학년이 그렇다. 나와 여러 동료들의 경험이다. 6학년은 사춘기에 가까워가고 최고 학년이기에 그러한데, 1학년은 왜일까. 1학년 교사들이 덧붙이는 다음의 말을 들으면 이유가 이해된다.

“이 아이를 보고 있으면, 저 아이가 일을 벌인다. 저 아이에게 가면, 또 다른 아이에게 도움이 필요하다. 그 아이에게 가면, 또...”

담임교사 한 사람이 학급의 모든 아이들을 다 돌보기에는 물리적인 한계가 크다. 학생 한 명 한 명의 맞춤형 교육을 이야기하기에는 이런 상황을 이해하고 출발해야 한다.

■ 맞춤형 교육은 진정 가능한가

‘맞춤형’은 맞추고자 하는 어떤 형상이 있어, 그에 맞게 적응하려는 유연성을 띄는 것을 말한다. 이를 교육에 적용하면 교육의 주체이자 대상인 학생에게 맞춘, 학생 중심의 교육을 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두 가지 방식이 있다. 학생 하나 하나를 넓고 깊게 이해하는 것, 그리고 학생들의 요구에 맞는 교육을 유연하게 구성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 교사는 각 학생에 맞춰 다채롭게 수업을 설계해야 한다. 맞춤형 교육 성공의 핵심 요건은, 다름 아닌 교사다.

이 사실을 망각한 정책 중 하나가 크게 변하지 않는 학급당 학생 수이다. 교실 안에 인원이 적을수록 이해의 폭은 커지며, 교육의 다각적인 적용도 수월해진다. 따라서 학급당 학생 수에 맞춤형 교육의 성패도 달려 있다.

■ 왜 ‘20명’인가

최근 세종시는 전국 최초로 학급당 학생 수를 20명 이하로 낮추는 제도를 시작하면서 학생과 교사와의 유대감과 학습의 질 향상을 기대하고 있다. 특히 20명이라는 획기적인 규모로 감축했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20명은 영재학급에선 최대 규모이다. 2002년에 시행된 영재교육진흥법 시행령(제32조 7항)에는 “영재교육원의 학급당 학생 수는 20명 이하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학급당 학생 수 20명 상한선이 교육 효과에 미치는 영향은 이미 20년 전부터 영재교육 속에서 인식됐다. 하지만 지금까지 초중등교육법에서 일반학급에 대한 학생 수 상한선조차 없다. 어찌 영재교육에서만 적용돼야 할 규정이란 말인가?

■ 법적 상한선과 맞춤형 교육

학급 과밀화는 맞춤형 교육의 아픈 손가락이다. 전국 초·중·고 과밀학급 비율이 23.2%이다. 가장 높은 경기도는 40.1%에 이른다. 수도권 학급 전체를 봐도 25명 이상 학급이 55.9% 수준이다. 학급당 학생 수가 28명 이상인 학급도 전체 학급의 18.6%에 달한다.

맞춤형 교육은 학생의 학습권을 적극적으로 보장하고 공교육을 내실화하는 것이다. 학급당 학생 수로 인해 맞춤형 교육이 실현되지 않으면, 학생들의 기본적인 교육권도 침해될 수 있다. 그러므로 학급당 학생 수의 법적인 상한선을 통해 학급 과밀화 현상을 해소해야 한다. 현실을 외면하고 변하지 않는다면 책임교육은 먼 이야기이다.

■ 예산은 의지의 문제

학급당 학생 수 감축을 하지 않는 이유로는 주로 예산 부족을 말한다. 하지만 예산은 의지의 문제다. 한국은 전체 학생 수 감소를 빌미로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개편해 사실상 학급보다 재정 규모를 축소하려 한다. 학급당 학생 수 감축을 안중에 둔다면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교육을 돈으로 환산하는 것은 교육의 질이 정상화된 후에 해도 늦지 않는다.

세계적으로도 학급 규모 감축과 이에 대한 예산 사용은 교육의 질 제고를 위한 필수 조치이다. 2018년에 ‘Teaching and Learning International Survey(이하 TALIS)’는 약 2천여 명의 교사에게 예산 지출 우선순위를 조사했다. 응답자 중 65%가 더 많은 교사를 채용해 학급 규모를 줄이는 것이 우선이라고 답했다.

핀란드는 지난해 기준으로 초등학교 학급당 학생 수가 OECD 평균인 21명보다 낮은 20명이다. 중학교 학급당 학생 수도 OECD 평균인 23명보다 무려 4명 낮은 19명이다. 핀란드는 유치원과 초중등교육에서 이처럼 그룹 규모를 줄이고자 적극적으로 학교에 추가 보조금을 제공했다. 이는 교사가 학생 개개인에 더 집중하도록 돕기 위해서였다.

■ 교사의 시선을 학생에게 맞출 수 있도록

맞춤형 교육은 단 한 명의 학생도 포기하지 않기 위한 교육이다. 교사는 한 학생도 빠짐없이 눈을 진실하게 맞추고 각자의 이야기에 귀를 열고 들어주고 싶지만, 지금 교실 상황은 너무나 힘겹다.

제한 여건을 고려하면 실현 방법은 많지 않다. 시작은 교사가 눈을 맞추고 귀를 기울일 학생의 수를 조정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학급당 학생 수를 20명으로 감축하는 것은 교육 정상화를 위해 필수적이다. 많은 교사들의 오랜 목소리에 대한 책임 있는 반응은 법제화이다. 이는 교사가 학생 모두에게 시선을 맞출 수 있는 유일한 길임을 교육 정책가들은 명심하길 바란다.

방은찬 의정부 부용초 교사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