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이곳은 지구입니다”

어느 한적한 마을에 우주선이 착륙한다. 외계인들은 지구의 각종 표본들을 채취한다. 그러던 중 인간들이 나타나자 지구를 떠난다. 뒤쳐진 외계인 한명만 남는다. 방황하던 외계인은 한 가정집에 숨어들고, 그 집 꼬마와 조우한다.

▶꼬마는 외계인에게 ET(Extra-Terrestrial)란 칭호를 붙여준다. 그리고 형과 여동생 등에게 ET의 존재를 알려준다. 1984년 개봉된 ‘ ET’라는 영화는 이렇게 시작됐다. 영화에서 외계인은 머리가 무거운 괴물 같은 존재로 그려졌다. 그 이후 ET는 외계인의 전형적인 이미지가 됐다. 외계인은 과연 존재할까.

▶고래 소리와 천둥 소리, 55개 언어로 된 인사말, 척 베리의 음악.... 태양계를 비행 중인 우주탐사선 보이저 1·2호에 실린 것들이다. 미항공우주국(NASA)이 우주로 발사했었다. 1977년이었다. 벌써 47년이 흘렀다. 세월은 빠르다.

▶우주에 보내는 메시지는 명쾌하다. “이곳은 지구라는 행성입니다”. 외계인이 있다면 지구에서 보낸 메시지를 받을 수 있을까. 받는다면 인류에게 어떤 도움이 될까. 과학자들은 외계인에게 끊임없이 메시지를 보내려고 하고 있다. 어제 오늘 얘기는 아니다.

▶외신에 따르면 최근 미국 캘리포니아주 외계생명체 탐사연구소를 비롯해 세계 각국 과학자들이 외계인에게 메시지를 보내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향후 인간이 거주할 가능성이 있는 행성의 외계인에게 인류를 소개하기 위해서다. 이들이 준비한 문서에는 지구의 위치를 알려주는 우주지도 등도 담긴다. 언어나 감각기관이 인류와 달라도 읽을 수 있도록 이진법 형태로 작성된다. 인간의 형체, DNA 구조 등도 우주로 보낸다.

▶비판적인 시각도 있다. 외계인이 되레 인류에게 해가 될 수도 있다는 우려에서다. 외계인에 메시지를 보내려는 시도가 위험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고(故) 스티븐 호킹 박사도 생전에 우려를 표한 바 있다. 그는 지난 2010년 인터뷰를 통해 “(인류보다 문명이) 발달한 외계인들은 그들이 갈 수 있는 모든 행성을 정복하고 식민지화하려고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태양계 밖에 있을지도 모를 외계 생명체에게 지구와 인류의 존재를 알리려는 작업은 수십년 전부터 시도되고 있다. 이 시도는 과연 결실을 맺을 수 있을까. 그 시기는 언제쯤일까.

허행윤 지역사회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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