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준영칼럼] 행복한 대통령, 불행한 국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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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준영 한세대 휴먼서비스대학원 공공정책학과 교수

지난 3월9일, 대한민국의 5년을 책임질 20대 대통령으로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당선됐다. 탄핵으로 현 정권에서는 진행하지 못했던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가 10년만에 다시 재개됐고 이제 그 활동을 마무리한다. 지난 약 2개월 간의 인수위 활동을 지켜보던 필자의 눈에는 윤석열 당선인이 후보 시절 늘 강조하던 “국민만 바라보겠다!”는 말은 찾아볼 수 없었으며, 매일 행복감에 취해 웃고 있는 대통령과 다르게 불행이 예감됐다.

우선, 지난 2개월 간 인수위가 발표한 핵심 단어 중 가장 기억나는 것이 청와대 이전 뿐이다. 그동안 대한민국의 심장인 청와대를 국민에게 개방하겠다는 목적으로 대통령 집무실을 용산으로 이전하는 것을 탓하고자 함은 아니다. 다만 국내·외적으로 위기의 순간인 이때 성급히 집무실을 꼭 이전해야만 할 만큼 중요한 일이었냐는 것이다. 이전에 따른 비용도 문제이거니와 기존 수십 년 간 역대 대통령들이 아무 문제 없이 사용하던 공간을 아무런 준비도 없이 갑자기 이전한다는 것이 과연 그렇게 국민들만 바라본다는 대통령 눈에는 인수위에서 주장하듯 국정운영에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보일까? 불안감이 엄습해 왔다.

한술 더 떠 최근에는 관저 논란까지 일고 있다. 인수위에서는 대통령 관저로 기존에 낙점해뒀던 육군참모총장 공관을 대통령 관저로 쓰겠다는 기존 계획을 한 달 만에 철회하고 외교장관 공관을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청와대가 아닌 용산으로 집무실 이전, 육군참모총장 공관이 아닌 외교장관 공관으로 관저 이동 등 두 차례나 오락가락 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동안 정치권에서 제기돼 온 “성급하다”, “준비가 되어있지 않은 대통령이다”라는 우려가 현실로 될까 불안했다. 특히나 이번 관저 이전에 대해 육군참모총장 공관을 검토 할 당시 이미 공관이 노후화된 것에 대해 리모델링을 이야기 하며 “수수한 당선인”이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던 인수위가 “다방면 고려”라고 선회하다 이제는 민주당에서 제기하는 배우자리스크에 대해 “배우자가 후보지를 둘러보는 게 왜 문제인가?”라고 반박하며 나서는 모습을 바라보며 불안감과 실망감은 더더욱 커져갔다.

국방과 외교는 대한민국의 가장 중요한 문제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국제 질서의 불안함, 북한의 미사일 도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방한 등 굵직한 문제가 산적해 있는 지금 이를 담당하는 주무부처에서 사용하고 있던 시설에 대한 정확한 대체를 마련하지도 못한 상황에서 취임 10여일 전에 계획을 선회하고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며 국민은 불안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더욱이 그동안 멀쩡히 운영하던 청와대 영빈관을 놔두고 굳이 고급호텔에서 만찬을 여는 등 역대 대통령 취임식 중 가장 큰 비용인 33억원이 투입될 것이라는 기사는 코로나19로 인한 국제 경기 침체의 상황에서 진행하는 행사라고 보기에는 공정과 상식을 기치로 낸 정부의 첫 시작으로 부적절하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 그렇기에 국민들은 향후 5년을 책임 질 새 대통령에게 임기 시작 전부터 불안함을 느낄 수밖에 없고, 매일을 행복에 도취해 움직이는 대통령과는 반대로 불안함을 느껴 행복할 수 없다.

미국의 유명한 정신 분석학자 디어도어 루빈은 “행복은 입맞춤과 같다. 행복을 얻기 위해서는 누군가에게 행복을 주어야만 한다”고 말한다. 행복하지 않은 대통령을 원하는 국민은 없다. 대통령이 행복해야 국민도 행복하게 만들 수 있다는 믿음이 있어서다. 대통령 본인의 행복을 추구하는 모습도 중요하지만 국민은 국민에게 행복을 주는 대통령을 원한다. 행복하지 않은 국민을 가진 대통령은 무엇을 하더라도 절대 행복할 수 없다는 점을 잊지 말라고 새 정부에게 당부해 본다.

윤준영 한세대 휴먼서비스대학원 공공정책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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