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풀브라이트 장학금

풀브라이트(Fulbright·1905~1995)는 미국의 정치가다. 아칸소대학교 총장을 지내고 하원·상원 의원을 거쳐 15년간 상원 외교위원장을 맡아 미국 대외정책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그는 미 정부의 잉여농산물을 외국에 판매해 얻은 수입을 현지 국가에 적립해 뒀다가 그 나라의 문화·교육 교류에 사용하도록 하는 풀브라이트법을 제안했다. 그 법에 근거해 1946년 ‘풀브라이트 장학금’을 만들었다.

풀브라이트 장학금은 미국 대학원 학위 과정이나 교수 등의 강의·연구를 지원하는 국무부의 프로그램이다. 풀브라이트재단에서 장학금을 받고 유학한 전세계 지식인이 160여개국에 이른다. 장학생 중에서 노벨상 수상자 61명, 퓰리처상 수상자 89명, 총리 혹은 대통령 40명이 배출됐다.

우리나라도 이현재·한승수·조순·김동연 등 1천여명이 장학금 혜택을 받았다. 장학생 선발은 한미교육위원단에서 한다. 미 국무부가 관여하는 것은, 미국에 대한 이해와 호감을 높이는 외교 프로그램 성격도 있어서다. 수혜자에겐 연간 최대 4만달러(5천만원) 학비와 월 1천300∼2천410달러(163만∼302만원)의 생활비가 지급된다.

김인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 가족 4명 모두가 풀브라이트 장학금을 받고 미국 대학에서 일하거나 공부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 후보자는 존스홉킨스대 초빙교수 시절인 1996년에 이 장학금을 받았다. 부인은 2004년에 이 장학금으로 템플대에서 교환교수를 했다. 딸은 2014년 코넬대 석사 과정을, 아들은 2016년 컬럼비아대 석사 과정을 다녔다. 자녀가 선발될 당시 김 후보자는 한국풀브라이트 동문회장이었다.

‘풀브라이트’가 갑자기 소환된 것은, ‘아빠 찬스’ 특혜 때문이다. ‘아빠 찬스’가 아니라해도, 수혜자가 소수인 장학금을 일가족 4명이 받은 것은 공정과 상식에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반칙이나 특권이 없었다는 김 후보자의 항변에도 이해충돌과 특혜 논란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끼리끼리 나눠 먹기식 ‘장학금 대물림’에 어떤 가난한 젊은이의 유학 꿈이 좌절됐을 수도 있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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