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리뷰] 감미롭고 애처로운 영웅 서사 '니벨룽의 반지'

용인문화재단 ‘니벨룽의 반지’
16시간 원작 70분으로 축소
어린이 사로잡은 가족오페라
지루한 오페라 고정관념 바꿔

독일 작곡가 리하르트 바그너는 1879년 북유럽 신화를 소재로 한 <니벨룽의 반지>를 발표했다. <니벨룽의 반지>는 △제1부 라인의 황금(Das Rheingold) △제2부 발퀴레(Die Walk〈00FC〉re) △제3부 지크프리트(Siegfried) △제4부 신들의 황혼(G〈00F6〉tterd〈00E4〉mmerung)으로 이뤄진 서사 악극곡이며, 저주 받은 반지가 저주에서 풀려나기까지의 여정과 반지를 둘러싼 다양한 인물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연주시간은 약 16시간으로 오페라 역사상 가장 중요한 위대한 걸작 가운데 하나라는 평가를 받는다.

장대한 오페라의 걸작 <니벨룽의 반지>를 70분으로 압축, 오페라의 문턱을 낮추고 쉽게 접할 수 있는 가족오페라가 열려 가족 단위의 관객을 사로잡은 공연이 열렸다. 지난달 29일부터 30일까지 독일 쾰른 오페라극장과 용인문화재단이 용인포은아트홀에서 선보인 <니벨룽의 반지-라인의 황금, 발퀴레>다. 독일 쾰른 오페라극장은 앞서 2017년 ‘어린이를 위한 니벨룽의 반지’ 프로젝트를 통해 1년에 한 작품씩 4부작을 무대에 올렸으며 2019년 현지 오페라상 시상식에서 ‘베스트 교육 프로그램상’을 받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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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에서 많은 관객의 호평을 받은 장면은 지그문트가 지글린데의 사랑을 깨닫는 장면이다. 보탄의 후예인 지그문트는 자신의 적 훈딩의 집으로 들어오게 되고 훈딩의 아내이자 자신의 누이인 지글린데와 사랑에 빠지게 된다. 이후 지그문트는 불행했던 자신의 삶에 지글린데는 봄과 같은 사람이라고 고백하며 서로의 사랑을 깨닫게 된다. 이날 공연을 본 서상준씨(42)는 “지그문트와 지글린데의 목소리가 합을 이룬 장면에서 음악까지 더해져 더욱 감미롭고 애처로웠다”며 “공연이 끝났지만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다”고 말했다.

<니벨룽의 반지>가 가족오페라인 만큼 어린이 관객의 눈길을 사로잡을 요소들도 다양했다. 지그문트와 훈딩의 전쟁 장면, 발퀴레들이 아마조네스와 같은 모습으로 등장해 화살을 쏘는 장면, 지그문트가 자신의 칼인 노퉁을 뽑고 세상을 구할 영웅이 되는 장면 등 다양한 모습과 속도감 있는 진행이 어린이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공연은 막이 내릴 때까지 다채로운 모습을 보여준다. 배우들의 의상과 분장도 독일 현지 무대를 그대로 재현해 시선을 끌었다. 70분의 공연은 16시간의 원작을 그대로 담아낼 수 없지만 빠른 전개와 요약된 줄거리, 귀를 트이게 하는 음악 등이 오히려 지루하게만 느껴졌던 오페라의 고정관념을 바꿨다.

김은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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