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 가족' 아지미 아흐메드씨
“한국에서 맞는 아이들의 첫 어린이날…이젠 아이들 앞에 밝은 미래만 펼쳐졌으면 좋겠어요”
용인의 한 아파트에서 만난 아지미 아흐메드씨(38)가 활짝 웃어 보였다. 그의 가족은 지난해 8월 ‘아프가니스탄 특별 기여자’ 자격으로 한국에 입국해 생활한 지 8개월차, 한국 생활 새내기다. 아지미 가족이 진천과 여수를 거쳐 용인에 정착한 지도 벌써 3개월이 흘렀고, 그 사이 아지미씨는 플라스틱 제조 공장에 직장을 얻었다. 다섯 아이들 중 첫째 딸 아스마(13)와 둘째 딸 마샤(12), 셋째 아들 베흐자드(8)는 초등학교에 입학했다.
아이들은 현재 한국에서 안전하게 생활하고 있지만, 불과 수개월 전만해도 이 같은 평화로운 일상은 이들 가족에게 당연하지 않았다. 오래된 내전으로 아프가니스탄 치안이 늘 불안한 상황에서 아지미 가족은 생사를 넘나들며 살아가는 게 일상이었다. 아이들 앞에 놓인 미래는 참혹했다.
그런 아지미 가족에게 2021년 8월25일은 결코 잊을 수 없는 날이다. 지난해 8월15일 탈레반이 수도 카불을 점령한 뒤, 아지미 가족은 한국 대사관으로부터 탈출을 돕겠다는 연락 한 통을 받았다. 한국 대사관이 지난 2011년부터 아프가니스탄 내 한국군의 경제 고문(Economy Advisor)으로 활동한 아지미씨의 공로를 인정해 그의 가족을 ‘아프가니스탄 특별 기여자’ 자격을 부여해 돕기로 한 것이다.
아지미씨는 한국이 보낸 도움의 손길이 반가웠지만, 한편으론 고민스러웠다. 30년 이상 자라 온 모국을 버리고 타지로 떠나야 했기 때문. 그러나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아지미씨는 장고 끝에 한국행을 결정했다.
하지만 옛 고국은 이들 가족을 쉽사리 놓아주지 않았다. 떠나려는 사람들이 한꺼번에 카불 공항에 집결했고, 공항 진입조차도 쉽지 않았던 것. 아지미 가족은 공항에 발 한 번 붙이지 못하고 첫날을 보냈다. 이튿날 이들 가족은 버스를 타고 공항 진입을 시도했지만, 이 역시 무장한 탈레반이 막아 세웠다. 창문이 내려가면 공격 당할 수 있단 말에 창문 한 번 열지 못했고, 아이들은 울기 시작했다. 그렇게 버스에서 12시간을 지새웠다. 가까스로 공항에 들어 간 아지미 가족은 파키스탄을 거쳐 한국에 입국했다.
힘겹게 도착했던 한국. 아이들은 이제 새로운 고국 생활에 하나 둘 적응하고 있다. 다섯 아이들은 새로운 모국어 한국어 배우기에도 열심이다. 학교엔 언제든 맛있는 음식을 함께 먹으러 갈 수 있는 ‘베프’도 생겼다. 그렇게 맞이한 다섯 아이들의 한국에서의 첫 어린이날. 아지미씨는 아이들과 함께 용인에 있는 한국민속촌을 방문해 한국 문화를 체험할 예정이다.
아지미씨는 한국에서의 첫 어린이날이 이젠 아이들 앞에 펼쳐질 밝은 미래의 출발점이 되길 희망한다. 아지미씨는 “아프가니스탄에선 오랜 시간 불안했고, 그 속에서 우리 가족을 지키기 위해 분투하며 살아왔다”며 “이젠 한국이란 안전한 환경에서 아이들이 아무런 걱정 없이 꿈과 희망을 찾아 뻗어나갔으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김정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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