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어린이날은 건너뛰자”…장난감·문화시설 가격 올라 '부담'

“장난감 가격이 너무 올라 이번 어린이날은 건너뛸까 고민이 많습니다.”

4일 수원특례시 장안구의 한 장난감 매장. 수십만원의 가격표가 붙은 장난감이 코너마다 진열돼 있었다. 블록 완구 코너를 채운 제품의 50% 이상이 5만원을 웃돌았고, 약 3분의 1가량은 10만원을 훌쩍 넘었다. 변신형 로봇 장난감과 인형류 또한 절반 가량은 5만원권 한 장으로는 구입이 불가했다.

이런 부담스러운 가격에 매장을 찾은 고객들도 좀처럼 쉽게 구매를 결정하지 못했다. 로봇 코너에서 20여분간 망설이던 90대 A씨는 “증손주 줄 장난감을 사러 왔는데 가격이 너무 부담스러워 고민”이라며 결국 3만원대 이하 소형 로봇들이 모인 코너로 발걸음을 옮겼다. 블록 완구 코너를 서성이던 임정숙씨(60·여)도 “장난감 가격이 너무 올라 받는 사람도 부담스러워 한다”면서 “며느리가 이번엔 조용히 넘어가는 게 어떠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장난감뿐만 아니라 어린이날 많이 찾는 놀이공원과 영화관 등의 이용요금도 지난해보다 상승했다. 용인시 소재 에버랜드는 22만원이었던 연간이용권(1년 상시 이용) 가격을 올해 1월 4만원 인상했고, 도내 55개 지점을 보유한 영화관 CGV는 주중 성인과 청소년 이용 요금을 지난해보다 1천원 올렸다.

전방위적 물가 상승으로 어린이날을 맞은 도민들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자녀를 위한 소비는 높은 물가 상승에도 지출을 줄이기 쉽지 않은 영역이기 때문이다.

이날 통계청의 지출목적별 소비자물가지수를 분석한 결과 어린이, 가족 여가 생활과 관련된 서비스 가격은 매년 상승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장난감과 영화관람료, 관심시설이용료 등이 포함된 ‘오락 및 문화’ 지수(4월 기준)는 지난 2020년 100.12에서 지난해 100.40, 올해에는 102.56으로 2년간 2.44%p 상승했다. 이처럼 관련 물가가 오르면서 ‘가정의 달’을 맞아 아이를 키우거나 가족과 여가를 보내려는 이들이 체감하는 부담은 더욱 커졌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아동학과 교수는 “가족을 위한 물질적 소비는 서로의 마음을 채워주는 행위이므로 물가 상승이 두렵다고 해서 소비를 줄이기 쉽지 않다”면서 “정부에서 유통 업계에 대한 지원책을 내놓는다면, 업계가 서민들을 위한 방안을 마련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제언했다.

한수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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