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지사 선거가 본격화 되는 시간이다. 꽁꽁 숨겨 뒀던 무기를 꺼내 보일 순간이다. 이쯤에서 ‘한 방’이라 여겨질 건 두 가지다. 도민 눈을 확 휘어잡을 대형 공약이 하나다. 가장 바람직하고 보기 좋은 선거 캠페인이다. 다른 하나는 상대를 침몰하게 할 대형 폭로다. 바람직하지 않지만 정치 현실에 빠지지 않는 캠페인이다. 도민들이 이런 기대와 초조함으로 김동연·김은혜 후보를 보고 있다. 그런데 영 격에 맞지 않는 논란이 생겼다. 논란을 야기한 게 김동연 후보다.
“경기지사는...얼굴로 하는 것 아니다.” 2일 YTN라디오에서 김동연 후보가 했다. ‘김은혜 후보의 인지도가 높다’는 진행자 말에 한 답이다. 앞 뒤 얘기 전체를 풀어 볼 필요가 있다. “경기지사는 입으로 일하는 것도 아니고, 얼굴로 하는 것도 아니고, 이미지로 하는 것도 아니고, 실력과 진정성, 국정과 경제운영의 경험들이 포함돼서 경기도민과 경기도를 위한 일꾼을 뽑는 자리다.” 실력과 전문성을 강조하고자 한 설명으로 보인다. 이 설명 속에 ‘얼굴’이 문제가 됐다.
김은혜 후보는 여성이다. 여성의 외모 평으로 들리기에 충분하다. 곧바로 국민의힘측이 반발했다. 김은혜 후보가 페이스북에서 발끈했다. ‘지존파 사건 최초 보도’ ‘삼풍백화점 부실 보도’ 등의 전력을 소개했다. 기자로서 걸어온 여정을 강조한 것이다. “(경선 과정에서도) 여성 가산점을 요구하지도 않았고 받지도 않았다”고 했다. 김은혜 후보 측은 발언의 부당성을 곳곳에 호소하며 노기를 피력했다. ‘여성’ 또는 ‘여성 후보’로 내몰렸다고 판단한 듯 하다.
국민의힘 소속 여성 국회의원들이 나섰다. 여성 정치인을 능력이 아닌 얼굴로 평가했고 비난했다. “도지사는 (이런) 막말로 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후보 사퇴까지 요구했다. 정치인들의 목소리다. 역시 정치적 대응인 점이 없지 않다. 지사 후보직 사퇴 요구를 과하다고 볼 도민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해당 발언이 ‘여성 구별’ ‘양성 구분’의 빌미를 준 것은 사실이다. 전후 맥락에 꼭 필요한 언급도 아니었다. 뭐하러 그런 단어를 선택했는지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
경제전문가로 자임해 온 김동연 후보다. 경기도민을 살릴 경제 능력자로 자처했다. 5선 국회의원, 3선 특례시장을 꺾었던 경선 무기도 이거였다. 이 점을 높이 사는 도민이 많다. 그런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어 있다. 출마 선언 이후 꽤 시간이 흘렀는데 주목할 경제 공약이 없고 경제부총리급이라 봐줄 워딩도 뜸하다. 이런 마당에 난데 없이 등장한 게 ‘얼굴 평가’ 설화다. 아무리 봐도 ‘경제전문가 김동연’스럽지지 않은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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