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새정부 국정과제, 재원과 실행 없으면 공염불이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2일 고양시를 방문했다. GTX(수도권 광역급행철도) 공사현장을 둘러본 뒤 지역주민들을 만나 “1기 신도시의 종합적인 도시 재정비 문제를 신속하게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1기 신도시 재건축은 윤 당선인의 공약이다. 앞서 대통령직인수위가 1기 신도시 재건축을 ‘중장기 국정과제’로 검토한다고 했다가 ‘공약 후퇴’ 논란이 일자 “공약은 계획대로 진행 중이고 조속한 정비사업 추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해명한 바 있다.

인수위가 3일 윤석열 정부의 국정 비전과 운영원칙, 국정 목표와 과제를 발표했다. 국정비전은 ‘다시 도약하는 대한민국, 함께 잘 사는 국민의 나라’로 정했고, 국정운영 원칙은 국익·실용·공정·상식으로 했다. 국정과제 110개도 제시했다.

1기 신도시 재건축 사업은 다행히 국정과제에 포함됐다. 1기 신도시는 분당, 일산, 중동, 평촌, 산본 등 경기도내 5곳이다. 분당신도시에는 지난해부터 입주 30년 되는 단지가 나오기 시작했고, 올해는 일산·평촌·산본, 내년엔 중동신도시가 30년이 돼 순차적으로 재건축 연한이 도래한다. 인수위는 부동산정책으로 ‘1기 신도시 특별법’을 제정해 양질의 10만 호 이상 공급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연도별·지역별 250만가구 이상 주택 공급을 통해 시장 안정을 도모하고,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한시적 유예와 생애최초 취득 주택에 대한 취득세 감면 확대 및 다주택자 중과 완화도 제시했다.

교통정책으로는 ‘수도권 30분 출퇴근 시대’를 위해 GTX A·B·C 및 서부권 광역급행철도를 차질없이 추진하고, 신규노선 확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철도 미운행지역은 BRT와 광역버스노선을 확대하기로 했다. 또 경부·경인 등 주요 고속도로 지하에 대심도고속도로를 건설해 상습정체를 해소하겠다고 약속했다.

새로운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장밋빛 국정과제를 발표한다. 이명박 정부는 100대 국정과제, 박근혜 정부는 140대 국정과제, 문재인 정부는 100대 국정과제를 내놨다. 하지만 말잔치에 끝나고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게 상당수다.

중요한 것은 재원확보 방안과 실행이다. 인수위는 새 정부 국정과제를 위한 예산을 한해 약 40조원, 5년간 209조원으로 추산했다. 재원은 예산 구조조정과 세수 확대로 충당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국내외 경제위기 속에 한 해 40조원 추가 확보는 쉬운 일이 아니다. 예산과 입법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또 공염불에 그칠 수 있다. 새 정부 출범 후에라도 국정과제를 더 세밀하게 다듬어 선택과 집중을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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