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변호사회 10명 중 7명, 경찰 수사 '부정적' "국민의 피해 막고 권익 지켜낼 방법 고민해야"
경기도 변호사 10명 중 7명이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경찰의 수사에 대해 ‘부정적’이라고 평가한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경찰이 달라진 수사 여건에 제대로 안착하지 못한 상태에서 이른바 ‘검수완박’에 따른 후폭풍을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는 만큼 국민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고민이 시급하다는 법조계의 중언이다.
10일 경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경기중앙지방변호사회는 회원들을 대상으로 검경 수사권 조정에 따른 변화를 묻는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조사는 지난 3월10일부터 한 달간 이뤄졌으며, 경기도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변호사 148명이 참여했다.
경기일보가 단독 입수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경기권 변호사 10명 중 7명은 경찰 수사에 대해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설문에 참여한 변호사 148명 중 수사권 조정 이후 경찰의 수사환경 변화에 대해 ‘부정적’ 또는 ‘매우 부정적’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과반에 해당하는 92명(65.5%)으로 집계됐다. 반면, ‘매우 긍정적’이라는 답변은 2명(1.4%)에 불과했다. ‘긍정적’이라는 응답도 18명(12.2%)에 그쳤다.
앞선 응답의 이유로 가장 지배적인 건 사건 처리기일이 늘어났다는 점이다. 113명(76.4%)이 ‘사건 처리가 지연된다’고 답변했고, 세부적으로는 ▲수사권 조정 이전보다 2~3배 이상 기간이 늘어났다 ▲1년 이상 장기 방치되는 사건이 증가했다 ▲경찰 내부에서 서로 사건을 미룬다 등의 의견이 제시됐다.
다음으로 변호사 91명(61.5%)은 ‘경찰의 법률지식이 부족하다’고 꼬집었다. 구체적으로 ▲경찰이 독자적으로 사건을 처리할 만한 수사능력이 부족하다 ▲법률지식 부족으로 (특히 경제범죄에 대해) 잘못된 결론을 내는 경우가 많아졌다 ▲수사경험이 부족한 수사관이 많고 고소대리인에게 모든 입증을 요구한다 등의 지적이 나왔다.
이와 함께 ‘경찰이 사건을 부당하게 반려한다’고 응답한 변호사도 55명(37.2%)에 달했다. 이들 변호사는 ▲고소사건의 접수를 기피하는 경우가 많다 ▲관할 핑계를 대면서 접수를 반려하거나 다른 경찰서에 재접수를 요구한다 ▲경찰이 임의로 고소장을 반려하지 않도록 하는 제도가 필요하다 등의 의견을 냈다.
비단 경찰뿐만 아니라 검찰의 책임을 질책하는 의견도 나왔다. 변호사 60명(40.5%)은 ‘검찰의 수사 지휘가 미흡하다’고 지적했는데, 경찰에 보완수사의 취지를 제대로 설명해주지 않거나 경찰이 사건을 장기 방치해도 적절한 통제를 하지 않으면서 검경 모두 수사에 손을 놓고 있다고 짚어냈다.
경기중앙지방변호사회 소속 변호사들이 수사 당국을 향해 낸 제안에는 ▲경찰에 대한 검찰의 수사 지휘가 더 확대돼야 한다 ▲경찰을 통제할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경찰에 수사업무를 담당하는 직원보다 관리직이 너무 많아 제대로 된 인력 보강이 필요하다 등이 있었다. 아예 수사권 조정을 폐지하자는 의견도 다수였다.
경찰은 지난해 수사권 조정으로 권한이 비대해졌지만, 정작 수사 역량에 대해서는 우려 섞인 시선이 이어지고 있다. 올해 초 서울지방변호사회에 이어 이달 초 대한변호사협회까지 수사권 조정 이후 경찰 수사에 대해 부정적인 평가를 내놓은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검찰의 수사권을 상당 부분 축소하는 검찰청법 및 형사소송법 개정안까지 국회 문턱을 넘으면서, 경찰이 다가올 변화를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문제는 그 피해가 고스란히 국민의 몫으로 돌아간다는 점이다.
사건 관계인과 일선 수사환경의 변화를 직접적으로 체감하는 변호사들이 수사환경의 문제점을 짚어낸 만큼 양대 수사기관에서 적극적인 개선 움직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새로운 수사 책임자로 떠오를 경찰의 역할이 가장 막중할 것으로 보인다.
윤영선 경기중앙지방변호사회 회장은 “이번 설문조사 결과는 수사권 조정에 따라 달라진 수사환경에 경찰이 자리를 못 잡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경찰의 역량이 아직 옮겨받은 수사권을 온전히 처리할 만큼 완비가 안됐다는 점도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검경 어느 한쪽의 잘잘못을 따지려는 게 아니라 서로의 부족한 부분에 대해 알려주고 그에 대한 대안을 마련하고자 하는 취지”라며 “주어진 환경에서 국민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과 문제의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부연했다.
한편 경기중앙지방변호사회는 추후 양대 수사기관에 공문 형태로 이번 설문조사 결과를 발송하고, 각 기관장과 개선책 마련을 위한 간담회를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장희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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