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사로 본 국정운영] 윤석열 대통령 4대 키워드 ‘자유·비핵·성장·국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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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10일 국회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조주현기자

새 정부 5년의 청사진을 집약한 대통령 취임사는 국정운영을 전망할 수 있는 가늠자로 평가된다.

역대 대통령은 취임사를 통해 국정 최고책임자로서의 국정목표와 방향을 밝히며 체계적인 국정과제 실현 의지를 밝혔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 역시 10일 취임사의 화두를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회복’으로 정하며 향후 국정운영 철학을 제시했다. 이에 본보는 윤 대통령의 취임사 분석을 통해 윤석열호 대한민국의 미래 5년의 청사진을 살펴본다.

■ 자유민주주의 가치 실현

윤 대통령은 이날 취임사에서 자유의 가치를 공유하는 것이 국내외 당면 위기와 난제를 해결하는 핵심 열쇠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먼저 “저는 이 나라를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체제를 기반으로 국민이 진정한 주인인 나라로 재건하고, 국제사회에서 책임과 역할을 다하는 나라로 만들어야 하는 시대적 소명을 갖고 오늘 이 자리에 섰다”고 자신의 소명을 축약했다.

이날 윤 대통령은 반(反)지성주의가 오늘날의 민주주의의 위기를 초래한 원인이라고 판단했다. 국가 간, 국가 내부의 지나친 집단적 갈등에 의해 진실이 왜곡되고, 각자가 보고 듣고 싶은 사실만을 선택하거나 다수의 힘으로 상대의 의견을 억압하는 반지성주의가 민주주의에 대한 믿음을 해치고 있다고 분석한 것이다.

이 같은 반지성주의는 검찰총장이던 자신을 정치권으로 불러낸 지난 집권 세력의 행태에 대한 비판하기 위한 의도에서 나온 것으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유의 가치 재발견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그는 “우리는 자유의 가치를 제대로, 그리고 정확하게 인식해야 한다”라며 “인류 역사를 돌이켜보면 자유로운 정치적 권리, 자유로운 시장이 숨 쉬고 있던 곳은 언제나 번영과 풍요가 꽃 피었다. 번영과 풍요, 경제적 성장은 바로 자유의 확대이며, 자유는 보편적 가치”라고 강조했다.

■ 지속 가능한 평화는 북한의 비핵화

윤 대통령은 현 국제정세 상황과 관련해 “자유와 평화에 대한 위협에서 자유롭지 못하다”고 진단하면서 강력한 북핵 대응 의지를 다졌다.

북한의 핵 개발은 한반도를 넘어 아시아와 세계의 평화를 위협하는 만큼 북한의 비핵화가 한반도에 지속 가능한 평화를 가져오고 아시아와 전 세계의 평화와 번영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본 것이다. 이는 5년 전 북핵 문제를 해결할 토대를 마련해 동북아 평화구조 정착과 한반 긴장완화의 전기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던 문 전 대통령 취임사와는 결을 달리하는 판단이다.

윤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일시적으로 전쟁을 회피하는 취약한 평화가 아니라 자유와 번영을 꽃피우는 지속 가능한 평화를 추구해야 한다”면서 “북한이 핵 개발을 중단하고 실질적인 비핵화로 전환한다면 국제사회와 협력해 북한 경제와 북한 주민의 삶의 질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담대한 계획을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더불어 “평화는 자유와 인권의 가치를 존중하는 국제사회와의 연대에 의해 보장된다”며 북한 인권 문제를 우회적으로 언급하기도 했다.

■ 양극화와 사회갈등 해결은 ‘빠른 성장’…연대의 가치를 더하다

연대와 시장경제를 토대로 한 ‘빠른 성장’을 통해 우리 사회 양극화와 갈등을 풀어가자는 경제발전 해법도 제시됐다.

이는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등 전임 보수정권 때와 흡사하지만 방법론에서 차별화를 뒀다는 분석이다.

앞서 이 전 대통령이 규제 완화, 감세정책을 통한 기업활동 활성화에 초점을 맞췄다면 박 전 대통령은 과학기술과 정보통신기술(ICT)을 연계한 창조경제 구축에 무게를 뒀었다.

여기에 윤 대통령은 ‘연대’의 가치를 빠른 성장을 이룰 핵심 요소로 추가했다.

윤 대통령은 “과학과 기술, 그리고 혁신은 우리나라 혼자만의 노력으로는 달성하기 어렵다”며 “자유와 창의를 존중함으로써 과학 기술의 진보와 혁신을 이뤄낸 많은 나라들과 협력하고 연대해야만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그의 소신은 그동안 선거 공약과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국정과제를 통해 경제안보와 과학기술 분야 협력을 강조해온 것과 맥을 같이한다.

■글로벌 리더 국가의 품격 당부

윤 대통령은 취임사 말미에 대한민국이 세계 10위권 경제 대국의 위상을 지니게 됐다며 국제사회에서 글로벌 리더 국가로서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시민’(15회)과 ‘세계’(13회)를 빈도 높게 언급하고 ‘국제사회’(6회), ‘역할’(4회), ‘책임’(3회) 등을 강조한 것은 국제사회에서 대한민국의 품격을 높이자는 것으로 해석된다.

윤 대통령은 “우리는 자유와 인권의 가치에 기반한 보편적 국제 규범을 적극 지지하고 수호하는데 글로벌 리더 국가로서의 자세를 가져야 한다”면서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 시민 모두의 자유와 인권을 지키고 확대하는데 더욱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저는 자유·인권·공정·연대의 가치를 기반으로 국민이 진정한 주인인 나라, 국제사회에서 책임을 다하고 존경받는 나라를 위대한 국민 여러분과 함께 반드시 만들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총 3천440자, 뚜렷하고 간결하게…尹 의중 반영

윤 대통령의 취임사는 총 3천440자로 역대 대통령과 비교해 짧은 편에 속한다.

1987년 문민정부 이후 역대 대통령 취임사 분량을 보면 이명박 전 대통령(8천688자)이 가장 길었고, 문재인 전 대통령(3천121자)이 가장 짧았다. 다만 문재인 전 대통령의 경우 탄핵 국면에서 약식 취임식을 치른 상황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윤 대통령의 취임사 분량이 사실상 가장 짧다고 평가된다.

나머지 역대 대통령의 취임사 분량은 노태우 전 대통령 6천857자, 김영삼 전 대통령 4천722자, 김대중 전 대통령 7천170자, 노무현 전 대통령 5천103자, 박 전 대통령 5천196자였다.

이 같은 분량 차이는 실제 연설시간에도 반영됐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약 25분, 노 전 대통령 약 20분, 이 전 대통령 약 27분, 박 전 대통령 20분, 문 전 대통령 11분이었고, 이날 윤 대통령의 연설은 16분이었다.

이처럼 윤 대통령의 취임사가 짧아진 이유는 뚜렷하고 간결한 연설을 원한 윤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됐다는 설명이다. 애초 윤 대통령의 취임사는 30분 분량으로 초안이 작성됐지만 수정 과정에서 20분 이내로 단축됐다고 전해진다. 윤 대통령이 뚜렷하고 간결한 연설을 원했기 때문이다.

이밖에 다른 역대 취임사와 다르게 별도의 제목도 달리지 않은 것도 눈에 띄는 요인이다.

이광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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