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링시우

호칭(呼稱). 부르거나 불리는 이름의 통칭이다. 세상에서 이것만큼 인간에게 유별난 건 없다. 지위가 높을수록 그렇다. 더구나 그 부름이나 불림 등에 의미까지 부여한다. 높게 불러주면 ‘셀프 존경’에도 빠진다. 군중심리(群衆心理)까지 가세한다. 북한이나 중국, 베트남 등 사회주의 국가에선 더 두드러진다.

▶영수(領袖). 원래는 깃과 소매라는 의미의 명사지만, 일반적으로는 여러 사람들의 우두머리라는 뜻으로 쓰인다. 중국어 발음으로는 ‘링시우’다. 그런데 중국에서의 쓰임새는 우리와는 사뭇 다르다. 최고 지도자를 부를 때 쓰는 극존대 호칭으로 사용되는 탓이다. 최근 시진핑(習近平) 주석에 대해 중국 언론이 이 호칭을 사용, 주목 받고 있다.

▶‘링시우’로 처음 불려진 지도자는 마오쩌둥(毛澤東) 주석이었다. 주석(主席)이란 호칭도 중국에선 극존칭이다. 이후 ‘링시우’라는 호칭은 마오쩌등의 전유물이었다. 그에게만 붙여졌다. 해당 극존칭이 최근 회의서 시진핑을 향한 헌사로 사용됐다. 예사롭지 않다.

▶어떤 연유에서 그랬을까. 최근 열린 광시 좡족((廣西壯族) 자치구 당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링시우를 추대하고 호위하고 추종한다”는 발언이 나왔다. 언론에도 시진핑의 광시 시찰 1주년을 앞두고 6부작 다큐멘터리를 소개하면서 “링시우에 대한 충성” 등의 표현이 등장했다.

▶마오쩌둥 사망 후 국가주석을 이어받은 화궈펑(華國鋒)도 한 차례 공식적으로 불린 적이 있다. 하지만 그 호칭을 누린 시간은 짧았다. 공식 직제 상 국가 최고 지도자 직위에 오르지 않은 채 실질적 1인자로 있었던 덩샤오핑(鄧小平)은 한번도 링시우로 불린 적이 없었다. 후임자인 장쩌민(江澤民) 전 주석은 덩샤오핑 사후 추도사를 통해 “탁월한 링시우” 등으로 표현했을 정도다.

▶엇갈린 분석도 나온다. 일부 외신은 “최근 시(진핑)가 ‘렌민 링시우(人民領袖)’로 불릴 때가 있었지만 공식 문서에는 아직 ‘링시우’라는 칭호가 등장하지 않았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시(진핑)에 대한 ‘링시우’ 표현이 등장한 데 대해 “아첨이 과했던 것인지, 제20차 당대회에 대한 비밀을 누설한 것인지는 좀 더 관찰할 필요가 있다”고 썼다. 바야흐로 시진핑의 우상화는 현재진행형이다.

허행윤 지역사회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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