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 문이 닫혀 있으면 식품 고를 때 불편하지 않겠어요?”
식약처가 지난 3월 말부터 에너지 절약 및 식품안전 등을 위해 ‘식품매장 냉장고 문 달기’ 시범사업을 시행한 가운데, 경기지역 중·소규모 마트와 소비자들이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자영업자의 비용 부담과 마트 이용 시 불편함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15일 오전 수원특례시 장안구의 한 슈퍼마켓. 업주 A씨는 식품 냉장고에 문을 달게 된다면, 손님들이 물건을 집을 때 손에 바로 안 잡힌다는 이유로 구매가 줄어 매출에 타격이 생긴다고 푸념했다. A씨는 “10년 가까이 장사하는 동안 문제 없이 식품을 판매해왔는데 굳이 냉장고 문을 새로 달아야 하냐”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게다가 약 5m 길이의 개방형 냉장고에 문을 설치할 때의 공사 견적은 대략 150만원인데,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매출이 급감해 비용 부담이 크다고 하소연했다.
같은날 안양시 만안구의 한 슈퍼마켓. 이곳은 모든 냉장 식품류를 개방형 냉장고에 비치했다. 손님들 역시 저마다 장바구니와 에코백을 든 채로 냉장고에 비치된 식품을 바로 집어 들면서 가격을 꼼꼼히 비교했다. 마트 관계자는 ‘냉장고 문 달기’로 인해 전기세가 크게 감소하지 않을 뿐더러 이는 매출과도 직결되는 만큼 캠페인이 법적으로 강제가 아닌 자율에 맡기는 사안이라면 동참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곳에서 장을 보던 주부 B씨(36)는 “항상 유모차에 아이를 태워 슈퍼를 찾는데, 냉장고 문이 있으면 불편해 주로 이곳에서 장을 본다”고 설명했다. 단골 C씨(69)도 “냉장고에 문이 달리면 문을 여닫기 어렵지 않겠느냐”면서 “직원의 도움 없이는 장을 보기 힘들 것 같다”고 우려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아동학과 교수는 “자영업자들이 부담할 공사 비용을 정부에서 보조하는 방안이 고려돼야 한다”면서도 “제도 개선의 실효성 측면에서 점검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와 관련, 식약처 관계자는 “현재 시행중인 ‘냉장고 문 달기’ 시범사업은 정부 예산 투입 등 논의된 바가 아직 없는 자율적 캠페인”이라며 “냉장고 제작업체와 협의해 각 업장의 노후 냉장고 교체 시 문이 달린 모델로 교체할 수 있게 하는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 소비자들의 인식 개선도 함께 선행된다면 식품안전·에너지절감·탄소중립을 위한 분위기 조성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수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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