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김은혜 후보發 ‘재산세 감면 119’ 공약/유권자 절반이 당사자, 좋은 논쟁하라

김동연 후보가 밝혔다. “수원 군공항과 성남 서울공항을 동시 이전하고 경기국제공항을 추진하겠다.” 김은혜 후보도 밝혔다. “저는 당선되는 즉시 ‘군공항 이전 및 경기남부 국제공항 설치TF’신설을 강력 건의하겠다.” 두 구상에 무슨 차이가 있나. 도지사 시켜 주면 공항 옮기겠다는 같은 말이다. 경기도지사 선거가 이렇다. 말로는 대선(大選)급인데 내용이 없다. 후보간 딱히 차이도 없다. 오죽하면 ‘똑같은 얘기를 서로 사골 끓인다’는 비아냥이 토론 중에 나왔다.

이런 선거판에 시끌벅적한 화두가 떴다. 서로 입장 차가 확연하다. ‘119 감세 공약’이다. 김은혜 후보가 던졌다. 재산세 감면 약속인데 내용이 파격적이다. 1가구 1주택에 과세표준 기준 3억 원 이하에 해당하는 경기도민의 재산세를 100% 감면하겠다는 얘기다. 과세표준 3억원이면 공시가 5억원이다. 시가로는 8억 6천만원으로 대략 9억원 선이다. 경기도 주택의 공시가 중위값이 2억 8,100만 원이다. 그 두 배인 5억원까지 대상으로 삼는다는 말이다.

김 후보 측에서 수혜 대상 도민을 분석했다. 위 기준에 의할 경우 “도내 주택의 약 61%로 경기도민의 과반수 이상이 정책 효과를 볼 것”이라고 밝혔다. 감면 금액도 설명했다. 연간 27만원의 감면 혜택을 받는 가구가 약 147만호에 이를 것이라고 봤다. 최대 42만원까지 혜택을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2020년 이후 공시가 인상은 주택 소유자에 큰 부담이다. 특히 경기도는 인천에 이어 전국에서 두 번째로 높은 공시가 상승률이다. 눈길이 갈만한 화두다.

보유세 강화가 갖는 상징성이 있다. 문재인 정부 세재·주택 정책의 큰 방향이었다. 문 대통령 후보 시절에 ‘국내총생산 대비 0.7% 수준인 부동산 보유세를 임기 안에 OECD 평균 수준인 1%까지 올리겠다’고 선언한 바도 있다. 정권 중반 이후 부동산 가격 폭등 등과 겹치면서 주춤한 측면이 있다. 때로는 ‘강남 부자에 고개를 숙였다’는 비난을 받은 사실까지 있다. 그렇더라도 보유세 강화(공시가 현실화)는 문 정부가 놓지 않았던 중요한 정책 방향이었다.

이러니 ‘재산세 감면 119’에 민주당이 예민할 수밖에 없다. 당장 시장 군수 후보들의 반박이 쏟아졌다. 도지사가 좌우할 법률이 아니며, 1조원 가량의 세수가 줄어든다고 비판했다. 김동연 후보도 “재산세를 전액 감면하면 (줄어드는)세입은 어떻게 할 것인가”라고 따졌다. 김은혜 후보 측이 기다렸다는 듯이 반박한다. ‘법률 확인도 없이 공약을 냈겠나’ ‘퍼주기 원조 민주당은 지방 재정 걱정 할 자격 없다’ ‘문재인 세금 폭탄을 바로 잡는 작은 시도일 뿐이다’.

세금 인상에 대한 분노가 많다. 그 중심에 공시가 폭등이 있다. 그 공시가를 일정 구간 무력화하겠다는 공약이다. 세금을 없애준다는 것이다. 매년 30만~40만원씩 보태준다는 얘기다. 사실상 퍼주기 공약 아닌가. 과거 선거 때 지원금 살포, 현금 복지 공약과 다를 것 없다. 선거 공약 소재로는 아무래도 과하다. 하지만 유권자가 매길 점수는 어찌 될지 모른다. 어쩌면 몰표로 나타날 수도 있다. 과거 선거에서 지원금·현금 공약에 몰표가 갔던 것처럼 말이다.

유권자 절반 이상이 해당되는 ‘재산세 감면 119’다. 도민에 이익될 좋은 논쟁을 보고 싶다.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