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검수완박’ 법안이 통과되며 경찰의 수사역량이 중요해졌지만, 허술한 수사로 범죄 혐의점을 놓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17일 경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은 ‘사실관계 확인’과 ‘법리적 검토’에서 반복적으로 약점을 드러낸다.
일례로 수원남부경찰서는 지난 3월25일 청소년성보호법상 강제추행 혐의로 편의점주 A씨(63)를 검찰에 구속 송치했다. 그는 송치 닷새 전 ‘포켓몬빵’을 사러 편의점을 찾은 여자 초등학생을 끌고 가 추행을 저지르다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A씨는 과거 만 13세 미만 아동을 상대로 성범죄를 저질러 전자발찌를 찬 상태였고 신상정보까지 공개된 인물이다. 더구나 이번 사건에 앞서 식당 여종업원을 성추행한 혐의로 기소됐고, 또 여고생 3명을 연이어 강제추행한 혐의로 수사가 진행 중이었다.
범행의 상습성이 의심되는 상황에서도 경찰은 A씨가 초등학생을 강제추행한 시점 전후로만 CCTV를 확인했고, 불과 체포 5일 만에 사건을 넘겼다. 그러나 검찰은 문제의 편의점 내 CCTV를 입수한 뒤 전수조사하도록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했다.
그 결과, 사건 발생 나흘 전부터 피해자 4명이 추가로 발견됐지만 경찰은 다시 성명불상을 이유로 수사가 어렵다는 의견을 냈다. 검찰은 직접 A씨로부터 자백을 받아내거나 피해자를 찾아 범행을 입증했고, 1건이던 성범죄는 총 8건의 범행으로 기소됐다.
법조계에선 전자발찌를 차고도 성범죄를 반복적으로 저지르던 A씨의 신병을 경찰이 미리 구속했다면, 이후 피해들을 막았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허술하고 빠르게 마친 수사가 전자발찌까지 무용지물로 만든 셈이다.
이와 함께 수원남부서는 지난해 10월 미성년자 음행매개 혐의로 B씨(25)를 검찰에 구속 송치한 바 있다. 당시 경찰이 수사를 마친 결과에 따르면 B씨의 범행은 여고생 피해자를 꼬드겨 가출시킨 뒤 동거하면서 음란행위를 매개한 데 그친다.
그러나 실제로 B씨는 지난 2019년 7월부터 피해자에게 필로폰을 투약한 상태에서 성매매를 시켰다. 또 같은 해 10월부터 1년간 자신의 마약 투약이 적발돼 형을 살고 나온 뒤에도 다시 같은 피해자를 가출시켜 동일한 범행을 이어 갔다.
경찰이 적용한 혐의는 아동학대의 일종인 음행매개, 이 경우 ‘10년 이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 벌금형’으로 법정형이 낮다. 반면, 검찰은 마약 제공 혐의를 추가한 데 이어 기존 혐의도 청소년성보호법상 성매매로 의율을 변경하고 징역 22년을 구형했다.
미성년자 마약투약에 대한 법정형은 ‘무기 또는 5년 이상 징역’으로 살인(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 징역) 만큼 중하게 여겨지는데, 경찰 수사만으로는 징역 5년 안팎이 예상되던 B씨에게 검찰의 보완수사로 중형이 구형된 것이다. 약에 취한 채 성관계를 당하던 피해자는 뇌출혈을 일으켜 반신불수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건의 경우 검찰청법 및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시행돼도 동일한 범죄 혐의에 대한 보완수사 또는 사건의 인과관계가 입증되는 동일성 범주 내에서 검찰의 보완수사가 가능하다. 그러나 경찰이 범죄 혐의점을 놓친 상태에서 사건을 종결해버리면 검찰에서 범행을 인지해도 손쓸 도리가 없어진다. 결국 피해는 국민의 몫으로 돌아가는 셈이다.
검찰 관계자는 “경찰은 경찰대로 검찰은 검찰대로의 역할이 있고 두 수사기관은 상호보완적인 관계로 나아가야 한다”며 “자꾸만 경찰과 검찰을 떼어 놓고 어느 한쪽으로만 수사권을 몰아두게 되면 결국 그 피해는 국민이 받게 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장희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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