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현대사의 비극인 5·18 민주화 운동이 어느덧 42주년을 맞이한 가운데 역사적 가치를 폄훼하는 왜곡 서적이 경기지역 도서관에 버젓이 비치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경기일보가 5·18 역사 왜곡 서적을 여섯권으로 추려 경기도를 비롯한 31개 시·군 도서관을 조사한 결과, 이천·연천·포천을 제외한 경기도와 28개 시·군에서 왜곡 서적을 보유하거나 대여할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대상 서적은 대표적인 5·18 왜곡 서적으로 분류되는 ▲5·18 최종보고서(지만원) ▲수사 기록으로 본 12·12와 5·18(지만원) ▲솔로몬 앞에 선 5·18(지만원) ▲보랏빛 호수(이주성) ▲역사로서의 5·18(김대령) ▲전두환 회고록(전두환) 등이다. 특히 극우 논객으로 유명한 지만원씨는 꾸준히 ‘5·18 민주화 운동 북한군 개입설’을 주장해 온 인물로, 그가 쓴 ‘솔로몬 앞에 선 5·18’은 민주화 운동을 북한이 기획한 날조된 조작극이라고 규정하기도 했다.
먼저 경기도인재개발원 도서관에서 전두환 회고록 1~3권을 보유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가운데에는 판매·배포 가처분을 받았던 서적도 포함돼 있었다. 전두환 회고록 1권 ‘혼돈의 시대’는 지난 2017년 5·18 단체의 요청에 따라 법원으로부터 판매·배포 금지 가처분이 받아 들여진 서적이다.
경기도인재개발원 도서관 관계자는 “전산상 (전두환 회고록) 비치돼 있다면, 대여가 가능하다”며 “그동안 5·18 왜곡 서적이라고 정리하는 등 따로 조치한 바는 없었다”고 말했다.
시·군으로 시선을 돌려 보면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용인특례시와 김포시는 본보가 조사한 여섯권의 서적 가운데 모든 서적을 보유한 불명예를 안았다. 이어 부천시, 광주시가 다섯권을 보유해 뒤를 바짝 쫓았고, 이 밖에도 고양·광명·의정부 등 대부분 시·군에서 왜곡 서적을 쉽게 접할 수 있었다. 이 중 이주성 저자의 ‘보랏빛 호수’는 가장 많은 지자체인 17개 시·군에 비치된 것으로 조회됐다.
이처럼 5·18 왜곡 서적이 도처 곳곳에서 여전히 기승을 부리며 역사적 가치가 퇴색될 위기에 놓임과 동시에 정부 차원의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나홍균 5·18 민주화운동부상자회 경기지부장은 “아직까지도 진실이 하나하나 밝혀지곤 있지만, 전국적으로 비치된 민주화 운동의 역사를 깎아내리는 서적들이 유공자들의 마음을 후벼파고 있다”며 “비록 출판의 자유 등을 이유로 제재가 어렵겠지만, 새로 제정된 5·18 왜곡 처벌법을 활성화해 정부 차원에서의 적극적인 행보가 있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김현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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