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기사가 또 다시 쓰러졌다.
지난해 6월 과로에 시달리던 롯데택배 노동자가 뇌출혈(경기일보 2021년 6월15일자 6면)로 쓰러진 뒤 같은 물류센터에서 동일한 사고가 반복됐다.
19일 민주노총 전국택배노동조합에 따르면 롯데택배(롯데글로벌로지스) 서울복합물류센터 소속 택배기사 K씨(49)가 지난 8일 뇌출혈을 일으켜 중환자실에 입원했다.
K씨는 성남시 수정구를 담당하는 창곡대리점 소속으로, 대리점 소장과 그의 동료들의 증언에 따르면 매일 오전 6시30분부터 오후 9시 이후까지 과중한 업무를 해온 것으로 파악됐다. 배송어플은 오후 9시까지만 작동하도록 돼 있는데, K씨의 경우 해당 시점까지 일을 마무리하지 못해 지난 2~4월에만 24차례에 걸쳐 긴급사용 신청을 해 업무를 계속했다. 일평균 14시간에 가까운 장시간 노동이다.
성남지역은 배송 난이도가 높기로 악명이 높은데, 지난해 6월 K씨와 같은 사업장에서 근무하다 뇌출혈로 의식을 잃은 L씨(47) 또한 성남시 분당구 일대를 담당했다. K씨의 동료들에 따르면 그는 월 5천~6천개에 육박하는 물량을 배달했고, 토요일 물량을 당일 완료하지 못해 일요일까지 배송을 한 사례도 있었다. 쓰러지기 수일 전부터 횡설수설하거나 숫자를 잘 읽지 못하는 전조 증세도 보였다.
택배노조는 이날 오전 롯데글로벌로지스 본사 앞에서 규탄대회를 열고, 서울복합물류센터의 구조적 문제를 지적했다. 기사들이 직접 레일을 설치해야 하는 시스템과 비좁은 공간 탓에 3~4중으로 차량을 주차해야 하는 문제점을 꼬집은 것이다.
아울러 택배노조 롯데본부가 지난 12~13일 양일간 롯데택배 노동자 210명을 상대로 사회적 합의 이행실태를 조사한 결과, 과로사 대책 합의에도 ‘여전히 분류작업에 투입된다’는 답변이 50%(105명)에 달했다. 이 가운데 ‘분류비용을 받지 못한다’는 응답도 61%(64명)에 육박했다. 특히 34명(81%)은 분류비용이 ‘시간당 최저임금에 못 미친다’고 답변했다.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 관계자는 “사회적 합의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 롯데글로벌로지스를 규탄한다”며 “지난 1월 사회적 합의가 양호하게 이행된다는 결과를 발표한 국토교통부도 보여주기식 점검을 그만 중단하라”고 분개했다.
롯데글로벌로지스 관계자는 “롯데택배는 사회적 합의안에 따라 분류인력을 충실히 투입 중이며 현장 여건상 인력 투입이 어려운 지역에 대해서는 최저시급 이상을 해당 대리점에 지급하고 있다”며 “집배센터 확충 등을 위해서도 해당 대리점과 긴밀히 협의를 진행해 개선일정을 수립했는데, 이 같은 노력을 외면한 택배노조의 일방적인 사실 왜곡에 강한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한편 택배노조는 이번 조사에서 사회적 합의가 이행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 터미널에 대해 점검을 실시한다는 방침이다.
장희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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