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범죄 수사에 과도기·적응기란 없다/警, ‘수사 능력 부족 지적’ 자성해라

고의적인 편파수사는 우리가 논하려는 대상이 아니다. 편파수사라는 것은 그 자체로 범죄행위다. 경찰이든 검찰이든 처벌 받으면 끝난다. 여기서 살펴보려는 것은 지극히 정상적인 수사다. 최선을 다한 수사다. 그랬는데도 허점이 드러난 수사다. 본보가 전하는 사례를 한번 보자.

경찰이 60대 남자를 구속 송치했다. 여자 초등학생을 끌고 가 추행한 혐의다. 청소년성보호법상 강제 추행 1건이었다. 인근 CCTV까지 꼼꼼히 뒤진 수사라고 했다. 그런데 검찰이 문제점을 발견했다. 성범죄 전자 발찌를 찬 성범죄 전력자였다. 사건에 앞서 식당 여종업원을 추행한 혐의로 기소돼 있었다. 여고생 3명을 강제추행한 혐의로도 수사를 받고 있었다. 이게 1개 사건으로 처리될 뻔했다. 기소 여부, 여죄 확인 등을 입체적으로 검토하지 않은 결과다.

같은 경찰서가 지난해 처리한 사건에도 문제가 있었다. 20대 남자를 미성년자 음행매개 혐의로 구속 송치했다. 간단한 범죄 사실이었다. 여고생 피해자와 동거하면서 음란행위를 시킨 혐의였다. 여기도 큰 수사 구멍이 있었다. 가해자가 과거 마약 투약 혐의로 실형까지 살았던 전력이 있다. 역시나 피해자에게도 필로폰을 투약시킨 사실이 확인됐다. 경찰의 최초 수사로 처리했으면 징역 1~2년으로 끝날 거였다. 마약 범죄가 확인되면서 ‘징역 22년’이 구형됐다.

두 사건 모두 봐주기는 아니었다. 나름대로 열심히 한 수사다. 역설적으로 보면, 그렇기 때문에 문제가 심각하다. 경찰 개인의 일탈이 아니다. 경찰 수사력의 근본 문제다. 여죄 파악을 하지 못했고, 기소 여부를 확인하지 못했다. 그 결과 법 질서가 흔들릴 뻔했다. ‘22년 중형’이 ‘단순 범죄’로 끝날 뻔했고, ‘마약·성 피해자’가 ‘단순 성 피해자’로 끝날 뻔했다. 자칫 범죄자가 좋을 뻔했고, 피해자가 억울할 뻔했다. 요즘 흔히 들리는 ‘범죄자만 좋은 세상’이 될 뻔했다.

1차 수사권 조정 시행도 1년 지났다. 경찰이 해야 할 일이 폭증했다. 수사 인력이 부족하다고 난리다. 베테랑들이 수사 부서를 외면한다고 한다. 혹여 이런 고충을 앞선 수사 오류의 이유로 들지 모른다. 단언컨대, 말 안 되는 소리다. 범죄 수사에 적응기란 없다. 검수완박이 논란인 이 순간에도 범죄는 일어난다. 이 범죄로 사람이 다치고 죽어나간다. 지금 법률을 적용해 당장 수사해야 할 사건들이다. 거기에 오류가 있으면 그건 오류일 뿐이다. 무능일 뿐이다.

얼마 전 경찰 총수가 이런 말을 했다. “경찰 수사 잘못 있지만 검찰 수사는 완벽한가”. 아쉽다. 대신 이 말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경찰 수사 잘못 없다. 검찰 없이도 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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