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경춘행도>는 남송 시대 4대 화가이자 화원산수화풍을 이끈 화원화가 마원의 걸작으로 그의 개성 있는 화풍이 잘 표현돼 있다. 이 시기 문화의 발전에는 황실의 영향이 컸는데 황실에서 화원을 적극적으로 후원하고 화가를 육성해 화원 중심으로 화단이 전개됐다.
마원은 이러한 남송 중 후반기 화원산수화를 대표하는 화가로 그의 집안인 마씨 집안은 7명이나 화원화가를 배출한 화단의 명가였다. 그 역시 뛰어난 실력으로 남송의 광종과 영종 두 황제 밑에서 화원의 대조를 역임했다. 북방지역과 다르게 남방지역의 자연은 언덕이 낮고 호수와 강이 많으며 푸른 잎이 무성하여 산수화에도 북송 시기와는 다른 화풍이 필요해졌다.
마원은 그에 맞춰 새로운 양식을 창안했다. 강남 지방 자연의 일부분을 소재로 선택하여 좌측 모서리에 배치하고 우측 위로 이어지는 대각선 구도로 그리는 변각구도를 고안했다. 산과 암벽에는 입체감과 질감을 표현하기 위해 붓을 기울여 넓은 면으로 끌어당겨 수직으로 긋는 부벽준을 주로 사용했고 하단에는 강물을 습한 강남의 정취가 잘 느껴지게 했다.
<산경춘행도>는 이러한 마원 고유 화풍이 잘 드러나고 있다. 우선 소재가 좌측에 집중되는 변각구도로 구성되어 있다. 화면에는 화창한 봄날에 산길을 거니는 한 선비의 모습이 보인다. 그 뒤로 시동이 거문고를 들고 따르고 있으며 수양버들이 늘어져 있는데 그 가지에 위에는 새 한 마리가 앉아 있다. 다른 새 한 마리는 하늘로 날아가고 있다. 땅에는 부벽준으로 그린 바위와 들꽃들이 있고 원경의 먼 산이 실루엣으로 표현되어 있고 나머지 부분은 여백으로 처리하였다.
우측 상단에는 제시가 한 구절 적혀있다. 이 시는 남송의 영종 황제가 쓴 시로 ‘소매 끝 스치는 들꽃이 모두 절로 흔들리니 사람을 피해 달아나는 새가 울지를 않는다’라는 내용이다. <산경춘행도>는 시의 내용을 표현한 것이다. 이는 당시에 문화를 향유하던 왕족들과 문인 계층 사이에서 시화 일치 사상이 크게 유행한 영향이다.
마원의 개성 있는 화풍은 마하파라 불리며 추종 받았고 남송의 산수화를 중국 미술사에서 중요한 위치에 올려놓았다. 또한 중국뿐만이 아니라 한국과 일본 그리고 서양에서도 전해져 현재까지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최문영 문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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