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 체계 뒤흔드는 '변리사법 개정안', 법무부도 반대한다

법무부

법조계에서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는 변리사법 개정안에 대해 법무부도 반대 의견을 낸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경기중앙지방변호사회 역시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과 공동으로 반대 성명(경기일보 5월11일자 인터넷판)을 낸 바 있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부는 최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변리사법 개정안 검토 의견을 제출했다. 법무부가 반대 견해를 밝힌 대목은 해당 개정안이 현행법상 변호사 소송대리원칙과 충돌하면서 ‘체계정합성에 문제를 일으킨다’는 점이다. 이는 현재 법조계가 법 개정에 반발하는 이유와 같은 맥락이다.

소송의 대리는 민사소송법에 따라 법률전문직인 변호사에 대해서만 인정된다. 그러나 변리사법 개정안은 특허권 등 침해소송 시 변리사가 공동으로 재판에 출석해 변론할 수 있도록 한다. 지금도 변리사는 특허 등 사항의 소송대리인이 될수 있다고 규정돼 있지만, 이는 심결에 대한 재판으로 한정된다.

이 범주를 특허 등 침해소송으로 확대하면 그 내용이 사실상 가처분이나 손해배상을 놓고 다투는 사안인 만큼 일반 민사소송과 다를 바 없어진다. 결국 특허권이라는 매개만 있으면 변호사가 아닌 변리사가 통상적인 민사소송의 손해배상 사건까지 대리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헌법재판소는 이미 지난 2012년 특허 관련 소송을 ‘변호사 소송대리원칙이 적용되는 일반 민사소송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바 있다. 이어지는 맥락에서 법무부는 합당한 이유없이 소송대리 범위가 넓어지면 불필요한 추가 선임과 수임료 명목으로 일종의 소개료를 챙기는 브로커 활동도 우려된다고 짚어냈다.

관련 분야에서 활동 중인 한 변호사는 “실무적인 관행에 비춰볼 때 특허심판원에서 침해 여부를 판단한 뒤 민사소송을 거쳐 결론이 나온다”며 “이미 변리사가 대리하는 특허심판원 심결에 따라 민사소송이 진행되는데 변리사가 소송대리까지 해서 얻을 실익이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변호사는 “변리사가 전문성을 갖춘 분야라는 이유로 소송대리권을 부여하게 되면, 여타 전문분야에 대해서도 소송대리를 넓히려는 기형적인 선례가 될 우려가 크다”며 “퇴직한 뒤 변리사가 되는 특허청 공무원에 대한 전관 특혜를 만드는 것에 불과한 시도”라고 질타했다.

한편 경기중앙지방변호사회는 지난 11일 아주대 법전원과 함께 변리사법 개정안 폐기를 요구하는 성명을 냈다. 개정안에 따라 ‘소정의 과정’을 이수한 변리사가 시험도 없이 소송대리권을 행사하게 되면 사법체계가 흔들리는 건 물론 변호사 제도 자체가 형해화될 것이라는 우려를 표했다.

윤영선 경기중앙지방변호사회 회장은 “변호사법을 잘 들여다 보면 여러 제약과 제한이 가해지는데, 이는 곧 변호사의 공익 추구와 윤리성을 담보하기 위한 장치”라며 “현행 변리사법이나 개정안은 높은 공익성이 요구되거나 의무를 부과하지 않고 있어 국민 피해로 이어질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장희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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