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철 관행’ 유세차 불법개조, 문제 없습니까?

선거 유세차량. 연합뉴스

‘선거철 관행’으로 굳어진 유세차 불법개조에 대해 현행법이 충돌하는 양상을 보이는 상황에서 안전사고 방지를 위해 법 손질이 필요하단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24일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일반 차량을 선거용 유세차로 개조하기 위해선 자동차관리법상 각 지자체를 통해 구조 변경을 승인 받아야 하며, 한국교통안전공단 검사소의 검사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일반적으로 유세차들은 멀리서도 후보자의 얼굴 등이 잘 보이도록 대형 LED 전광판을 설치하거나 많은 인원이 올라 유세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트럭 화물적재 칸의 차대를 확장하기도 한다.

이날 오전 수원특례시 장안구에선 A후보의 유세차에 가로 2m 세로 2m 크기의 LED 전광판이 불법으로 설치된 상태였다. 차량 이동 중에도 차대 위에 올라 이들의 유세활동은 계속됐다. 또 용인특례시 기흥구에서도 B후보의 유세차 뒤편에 설치된 가판 위에서도 선거 관계자 3명의 유세활동은 이어졌다.

문제는 이 같은 차량 개조행위가 여야를 막론하고 관행으로 이뤄져 안전사고 위험도 크다는 점인데, 지난 2월 대선 과정에선 국민의당 안철수 당시 대선 후보의 유세버스에서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선거관계자 2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LED 전광판을 켜기 위해 발전기를 차량 적재함에 설치하는 경우 구조변경 승인을 받아야 하지만, 당시 해당 버스는 승인 받지 않은 불법개조 차량인 것으로 파악됐다.

본보 취재 결과, 이 같은 불법개조 행위에 대해선 자동차관리법과 공직선거법 두 가지 현행법이 충돌을 일으키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우선 국토교통부는 자동차관리법상 구조변경 승인을 받지 않은 차량은 현행법상 불법이라고 간주한다. 이와 달리 선거관리위원회는 공직선거법을 내세워 연설 및 대담 등에 사용되는 유세차 설비는 자동차관리법에 적용받지 않는다고 유권해석을 내리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구조변경을 신청하지 않은 차량은 현행법상 위법사항인 것은 맞다”며 “단속과 관련해선 선거기간이라고 해서 유세차량만을 대상으로 특정하게 단속을 할 순 없다”고 말했다. 이어 “각 지역에 배치된 안전단속원과 지자체 등과 협의해 불법개조 차량을 대상으로 상시 단속에 나서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달리,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는 “공직선거법 79조 등에 따라 공개장소에서 연설 등에 활용되는 차량은 자동차관리법 규정을 적용받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이 때문에 선거 유세차량 불법개조를 놓고 두 가지 법이 충돌하는 상황에서 관련 법을 재정비해야 한다는 의견이 개진된다.

박무혁 도로교통공단 교수는 “기본적으로 유세차량 불법개조와 관련된 쟁점에서 중요한 것은 보행자든 운전자든 불법개조로 인해 안전사고가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는 점”이라며 “이 같은 대원칙을 토대로 중앙 부처와 사법부가 판단한다면 두 법이 충돌 및 경합하는 부분도 정리될 수 있을 것이다”고 제언했다.

김정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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