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노숙인이지만, 꼭 투표는 하고 싶습니다”…인천 노숙인, 참정권 누려야

26일 인천 서구청역 인근에서 노숙을 하는 A씨 앞을 시민들이 지나고 있다. 성씨는 거주불명자 투표 방법을 알지 못해 투표에 참여하지 못하고 있다. 이민수기자

“투표요? 언제 마지막으로 했는지 기억이 나진 않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꼭 하고 싶습니다. 제 소중한 권리잖아요.”

인천도시철도(지하철) 2호선 서구청역 인근에서 노숙을 하는 A씨(48)는 벌써 10여년째 거주지 없이 떠돌아다니며 노숙인 생활을 하고 있다. 어렴풋이 과거 투표를 했던 기억만 남아 있을 뿐, 긴 노숙생활은 그와 선거를 완전히 갈라 놓았다.

그렇다고 A씨가 정치에 관심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는 “노숙인들끼리 만나도 정치이야기를 한다”면서 “하지만 투표권이 없어 선거에 참여를 하지 못하니, 공허함이 크다”고 했다.

인천 지역 노숙인들이 직·간접으로 국정에 참여할 수 있는 권리인 ‘참정권’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

26일 보건복지부와 인천시 등에 따르면 인천의 노숙인 수는 모두 501명이다. 이들 노숙인들은 대부분 무단전출 등을 이유로 행정상으로는 ‘거주불명자’로 분류한다.

현행 공직선거법에선 19세 이상의 주민등록법상 거주자, 거주불명자, 재외국인에게 선거권이 있다고 규정한다. 이에 따라 이들은 모두 참정권을 보장받아야 하고, 거주불명자도 엄연한 유권자의 자격을 얻는다.

하지만 거주불명자들이 투표권을 행사하는 방법을 몰라 투표를 포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거주불명자들은 실제 거주지가 아닌 행정상 관리주소(각지역 주민센터)에서 투표권을 부여받는다. 이 과정에서 선거 공보물 등이 일반 유권자처럼 주소지로 오지 않고, 직접 주민센터로 가서 수령해야 하는 등 번거롭다.

거주불명자로 확인받더라도 읍·면·동사무소로 주소지를 이전하기까진 1년 정도가 걸리는 탓에, 선거공보를 받지 못해 지역구 후보와 공약 등에 대해 알 수 있는 기회가 없다.

이마저도 노숙인들을 위한 선거 홍보가 따로 없어 이 제도의 효율성은 떨어진다. 중앙선관위의 샘플 조사에 따르면 지난 18대 대선과 20대 총선의 투표율은 각각 0.19%, 0.16% 수준에 머문다.

이 때문에 선거관리위원회와 지자체 등이 거주불명자들도 유권자로서의 권리가 있다는 것을 알려 참정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적극 알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또 투표 방법과 선거 정보 등의 알 권리를 보장할 수 있는 대책 마련도 필요하다. 현재 인천선관위는 시설에 입소한 노숙인들은 선거 안내를 하지만, 길거리 노숙인들을 위한 선거 홍보는 따로 하지 않고 있다.

A씨는 “내 한 표로 사회가 변화하길 바라고 세상이 바뀔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며 “이제라도 투표할 방법을 알았으니, 꼭 이번 지방선거에서 투표하겠다”고 다짐했다.

이민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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