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미국의 분유대란

분유의 40% 이상이 마트 등지에서 종적을 감췄다. 매장에서 눈을 씻고 찾아봐도 ‘분유’의 ‘분’자도 없다. 믿기지 않는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암시장에선 비공식적으로 한통에 무려 18만원에 거래된다고 한다. 당국이 특정 기업 생산공장 자체를 폐쇄한 탓이란다. 미국 얘기다.

▶외신은 이번 사태 배경에는 분유와 인공모유와의 경쟁도 한몫 했다고 분석했다. 세계보건기구는 생후 6개월까지 모유를 먹는 유아는 세계적으로 3명 중 1명에 그친다고 발표했다. 세계 분유시장은 지난해 기준으로 65조9천억원대 규모다. 미국에서 모유은행을 통해 구한 모유로 수유하는 데는 하루에 12만7천원 정도 든다고 한다. 서민 입장에선 벅찰 수밖에 없다. 분유업체인 애벗(Abbot)사의 리콜까지 겹쳤다.

▶미 식품의약국(FDA)은 앞서 애벗사 분유를 먹은 뒤 세균감염으로 영유아 2명이 사망했다며 조사에 나섰다. 해당 공장서 박테리아균을 발견했다며 리콜 대상으로 지정하고 공장도 폐쇄했다. 애벗사는 사실 무근이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공화당은 바이든 행정부를 공격하는 소재로 사용하려고 벼른다. 분유대란이 쉽게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런 가운데, 미국이 독일로부터 분유를 긴급 공수해왔다. 외신은 분유 3만1천800여㎏을 실은 미 공군 수송기 글로브매스터3이 이날 인디애나주 인디애나폴리스 국제공항에 착륙했다고 보도했다. 공수된 분유는 우유 단백질에 대해 과민증이 있는 아기에게도 먹일 수 있는 의료용 저자극성 특수 분유제품이다. 이번 조치는 분유의 신속한 공급 확대를 위해 조 바이든 행정부가 벌이고 있는 분유공수작전의 일환이다.

▶이번에 수송된 분유는 영아 9천명과 유아 1만8천명을 일주일 동안 먹일 수 있는 분량으로 파악됐다. 백악관은 조만간 네슬레 자회사인 미 유아식품 회사 거버의 분유제품도 배포할 계획이다. 이 둘을 합치면 226g 용량의 분유병 150만개를 채울 수 있다.

▶정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다. 하지만 한 국가를 제어할 수 있는 뭔가에 문제가 있는 건 사실이다. 우리에게도 똑같이 적용된다면 과연 어떤 상황이 발생할까. 텍사스 초등학교 총기참사 등 바람 잘 날 없는 미국의 민낯이다.

허행윤 지역사회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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