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종교] 밝음의 법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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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규 철학박사

붓다가 거듭 되풀이해 강조한 법칙이 하나 있다. 그 법칙은 어둠은 어둠을 물리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동일하게 적용되는 경우가 증오로는 증오를 없앨 수 없다는 가르침이다.

증오는 오직 사랑만으로 물리칠 수 있다는 것. 이것이 법칙이다. 다시 말해 오직 빛으로만 어둠을 물리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서 보면, 사랑이 우리 존재의 빛이며 증오는 존재의 어둠이다. 만약 어떠한 이유가 됐던 내 안에 어둠이 가득하다면 나의 주변은 증오로 덮힐 것이고, 내 안에 빛이 가득하다면 마찬가지로 내 주변은 그 빛으로 환히 비추게 될 것이다. 그래서 붓다는 수행자들에게 전 존재를 걸고서라도 사랑을 뿜어내고 빛을 발산해야 해야 한다고 가르쳤다. 초기 경전에는 그의 제자들이 그 가르침을 실천한 사례가 무수히 등장하고 있다.

이것이 바로 붓다가 강조한 영원의 법칙 가운데 하나다. 여기에 의하면 사랑만이 증오를 쫓아내며 빛만이 어둠을 이긴다는 것이다. 붓다의 교설에서, 어둠이라는 것은 본질적으로 부정적 상태일 뿐이라서 그 자체적으로는 긍정적 실존이 없다. 따라서 어둠 역시도 실제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럼 어떻게 어둠을 물리칠 수 있단 말인가? 어둠을 상대하려면 빛에 의존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한다.

왜냐하면 빛이 들어오면 어둠은 저절로 물러가고, 반대로 빛이 물러나면 어둠이 들어오기 때문이다.

화석화된 도덕적 관념으로 “어둠과 싸워라. 미움과 분노와 성욕과도 싸워라. 이것과 싸워라. 저것과 싸워라”고 가르치지만, 증오도 어둠이고, 성욕도 어둠이고, 시기심도 어둠이고, 탐욕과 분노도 어둠이다.

그래서 빛을 끌어들이라고 강조한다. 빛을 끌어들이는 방법은 명상을 통해 고요히 하고 사념을 비우고, 의식적이 되고, 경계하고, 자각하고, 깨어 있음이 빛을 끌어들이는 방법이라고 설한다. 성성하게 자각하고 원인과 결과에 대한 상관관계를 살피면서 깨어 있는 그 순간에는 미움이나 부정적인 관념들은 스며들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한 각성 상태에서는 이미 타자를 미워한다는 상태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붓다는 이를 말로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실존적으로 체험을 하도록 정진하라고 한다. 그래야 존재적 차원에서 나와 분리되어 있지 않음을 깨닫게 되고 타자를 미워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무의식적 상태에서는 행위의 결과를 전가시키고 자신을 합리화 시키면서 누군가를 미워할 수 있겠지만, 누구라도 의식적이 되다면 증오는 사라진다.

그 둘은 공존할 수 없다. 빛과 어둠이 서로 공존할 수 없듯이. 어둠이란 빛이 존재하지 않는 상태일 뿐이기 때문이다.

이것을 체득하는 것을 붓다는 지혜라고 했다. 스스로 경험하지 못한 것을 반복하지 말고, 외부에서 빌려오는 정보 즉, 지식은 피할 때 내 안에서 피어나오는 스스로의 빛인 지혜를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최성규 철학박사·한국미술연구협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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