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 그는 누구인가] 공정하고 기회가 넘치는 세상을 꿈꾼 '흙수저'...경기도지사 당선

경기도 광주대단지(현 성남) 판자촌에서 살았던 김동연 후보의 어린시절 모습. 김동연 캠프 제공

흙수저 신화를 만든 정통 경제관료 출신의 인물이 새로운 경기도지사로 국민의 선택을 받았다. 더불어민주당 김동연 후보는 ‘변화의 중심 경기도, 일 잘하는 김동연’을 슬로건으로 내세워 제36대 경기도지사로 당선됐다. 경기도민의 최우선 관심사인 집·교통·일자리 3가지 분야의 확실한 변화를 약속한 그는 경제부총리 등을 역임한 이력 등을 토대로 유능한 행정가의 면모를 피력한 끝에 1천390만 경기도민을 대표하는 대업을 이루게 됐다. ‘무허가 판자촌 소년가장’에서 대한민국 경제사령탑으로 우뚝서 제1야당의 경기도지사 후보가 되기까지 파란만장한 삶을 살아온 그의 인생스토리는 이제 경기도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게 됐다.

은행원 시절 모습. 김동연 캠프 제공

■ 소년가장, 유쾌한 반란을 꿈꾸다…판자촌 흙수저에서 고시 합격까지

김동연은 자신을 흙수저 출신이라고 밝히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유년시절 겪은 가난의 굴레를 동력 삼아 미래 세대가 모두 행복한 공정하고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만드는 청사진을 그렸기 때문이다. 그는 1957년 충북 음성에서 태어났다. 11세가 되던 해 사업가이던 아버지가 서른셋의 나이에 아내와 네 자식을 두고 타계하면서 가세가 기울어 소년가장의 역할을 맡게 됐다. 집안의 맏아들로서 가난한 집안사정 때문에 비교적 이른 나이에 취업전선에 뛰어들 수 있는 덕수상고에 진학해 고교 졸업 전인 만 17세의 나이로 한국신탁은행(현 하나은행) 입사해 외할머니, 어머니, 세 동생을 부양했다. 이후 은행 독신자 합숙소에서 직장생활과 대학생활을 병행하던 그의 눈에 운명을 바꿀 책 한 권이 쓰레기통에서 발견됐다. 그 책은 고시수험생을 위한 잡지였는데, 그는 맨 뒤에 있는 합격기를 읽고 고시공부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이를 계기로 낮에는 은행원, 밤에는 야간대학생, 새벽에는 고시수험생으로 주경야독을 반복한 그는 만 25세의 나이에 입법고시와 행정고시에 동시 합격했다.

 

미국 미시간대 교수 시절. 사진은 김동연 후보가 현재는 세상을 떠난 큰아들과 함께한 모습.김동연 캠프 제공

■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시기…미시간대 최단기간 학위

1983년 ‘행정공무원’으로는 총무처(현 행정안전부)와 경제기획원(현 기획재정부)에서, ‘입법공무원’으로는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입법조사관으로 공직생활 시작을 시작한 그는 같은 해 경제기획원 경제기획국 사무관으로 일하면서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에 들어가 석사학위 공부를 병행했다.

이후 학력을 폄하하는 사람들에게 지고 싶지 않은 마음과 가족을 위한 또 다른 돌파구를 마련하고자 유학을 준비하게 됐고 경제기획원 내에서 좋은 근무 평점과 어학성적을 받아 마침내 미국 미시간대학교 국비유학생으로 선발됐다. 그리고 1993년 6월 각고의 노력 끝에 3년 9개월 ‘최단 기간’으로 미시간대 공공정책학 석·박사를 취득하게 됐다.

당시를 회상한 그는 이 시기를 빗대 ‘인생에서 가장 행복하고 안정적인 때’라고 정의했다. 자유로운 환경에서 공부에만 전념할 수 있었고, 사랑하는 가족이 곁에 있었기 때문이다.

아주대를 떠나는 당시 김동연 아주대 총장의 이 · 취임식 모습. 김동연 캠프 제공

■ 참여정부 국정마스터플랜 비전2030 작성

한국으로 돌아와 2002년 대통령 비서실장 보좌관을 거쳐 2005년 세계은행(IBRD) 선임정책관으로 공직에서 일했다. 이후 노무현 정부의 요청을 받아 ‘비전 2030’ 구상을 주도했다. 비전2030은 2030년까지 한국을 삶의 질 세계 10위로 올려놓는다는 구상으로 노무현 대통령의 참여정부 시절 야심차게 기획됐던 프로젝트다.

비전2030은 국책 연구소의 박사와 대학교수 등 외부 전문가 60여명으로 인재풀을 만들어 1년 가까이 60여차례의 토론회와 5차례 세미나, 국민 대상 설문조사 등을 통해 완성됐다. 보고서 내용은 당시로써는 획기적이었다. 해당 보고서는 저성장, 양극화, 저출생, 고령화 등을 경고하며 성장과 분배의 고리가 더 이상 작동하지 않고 양극화가 심화될 것으로 예측했다.

그리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해법으로 ‘선 성장 후 복지’의 경제 패러다임을 성장과 복지가 함께 가는 ‘동반성장’으로 바꾸는 복지국가를 제시했다. 김동연이 주도한 비전 2030은 양적 투입 위주의 불균형 성장이 아니라 혁신 주도형 균형성장이 필요하며 투자의 중점은 물적 투자에서 인적·사회적 자본 투자로 전환되어야 한다고 했다. 당시에는 비현실적인 비전과 정책이라며 논란과 혹평을 받았던 보고서였지만 최근의 사회 현상이 보고서 내용 그대로를 반영하면서 다시 재조명 받았다.

 

김동연 후보가 수원시에서 민생회복 7대 공약을 발표하는 모습.김동연 캠프 제공

■ 아주대 총장 시절…청년과 함께 내일의 꿈을 설계하다

2013년 10월 큰아들이 백혈병으로 세상을 떠난 후 이듬해 7월 국무조정실장직 사의를 표하고 관료 공직생활을 마무리했다.

이후 대형 로펌들의 제의를 거절하기 위해 6개월간 양평 농가로 내려가 근처 중·고등학교 강연 등을 통해 봉사의 삶을 살았던 그는 2015년 2월 제15대 아주대학교 총장에 취임하게 됐다.

김동연은 아주대 총장을 맡아 학생 스스로가 주도해 하고 싶은 공부나 활동으로 도전과제를 설계하면, 학교가 승인하고 과목으로 만들어 학점으로 인정해주는 제도인 ‘파란학기’를 시도해 학생들로부터 큰 호평을 받았다. 또 자신이 미시간대에서 유학생활을 보냈던 기억을 되살려 ‘애프터 유(After You)’ 해외 유학 프로그램도 개설했다. 당시 학생들은 저소득층 학생에게 해외 연수를 보내주는 이 제도를 통해 계층 이동의 사다리를 마련할 수 있었다.

훗날 김동연은 먼저 세상을 떠난 큰아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통해 “아주대 총장 시절 네게 해주고 싶었던 것을 우리 청년들에게 해주고 싶었어, 그 청년들 속에서 이제는 이 세상에 없는 네 모습을 찾고 싶었다”고 회상하기도 했다.

 

문재인정부 초대 경제부총리로 임명된 김동연 후보가 문재인 당시 대통령으로부터 축하받는 모습.김동연 캠프 제공

■文정부 경제사령탑 ‘혁신성장’ 주도…‘유쾌한 반란’ 공감대 형성

2017년 6월 문재인 정부 초대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 취임. 경제부총리 재임 중 문재인 정부의 핵심 경제 기조인 혁신성장의 토대를 닦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혁신성장은 4차산업혁명 시대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중소벤처기업 육성을 지원하고 대기업과의 상생을 꾀한다는 정책으로, 김동연은 판교 테크노밸리 등 혁신도시와 산업거점, 지역특화 등 3대 혁신클러스터 육성정책을 내놓기도 했다. 이 같은 노력을 통해 대한민국이 3%대 성장률을 회복할 수 있도록 기여했으며,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 달성 등의 성과를 달성했다.

2018년 12월 퇴임한 이후에는 사단법인 ‘유쾌한 반란’을 운영하면서 강연활동에 주력했다. 김동연은 강연을 통해 ‘자기 찬스’로 각자의 꿈을 이룰 수 있는 사회, 도전을 겁내지 않고 실패를 기회로 만드는 사회, 서로 공감하고 틀림이 아닌 다름을 인정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자신을 둘러싼 환경에 대한 반란, 자기 틀을 깨는 자신에 대한 반란을 일으키자고 목소리를 높이며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했다.

이후 새로운물결을 창당해 대선에 출마했던 그는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단일화를 통해 민주 진영에 힘을 보탠 뒤 대선이 끝나고 민주당에 입당해 후보 경선을 통해 민주당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됐다.

이광희기자

 

김동연 후보가 화성 동탄호수공원에서 유세를 펼치는 모습.김동연 캠프 제공

◇학력

광희초등학교 졸업

광희중학교 졸업

덕수상업고등학교 졸업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행정학 석사

미국 미시간 대학교 대학원 공공정책학 석·박사

 

◇경력

제26회 행정고시 합격, 제6회 입법고시 합격

대통령 비서실장 보좌관

세계은행(IBRD) 대한민국 정부 파견관

기획재정부 예산실장

초대 국무조정실장

제15대 수원 아주대학교 총장

문재인 정부 초대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

새로운물결 당 대표

더불어민주당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경기도지사 후보

 

이광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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